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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4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4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재성이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지 말구 어서 받으시오! 원 고집두...”

“받을 수가 없어요!”

“돈이 싫단 말이요?”

“나라고 해서 돈이 왜 싫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박형! 이 세상에서 돈이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도 돈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돈에 앞서 내가 공직자로써 해야할 일이 뭔가를 더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빼먹은 곶감이 달다고 눈앞에 놓인 돈만을 생각하고 그 돈을 받아 때는 다소 도움이 뒤겠지만 그것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그댄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대한 면목이 뭐겠습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평생 가난한 말단 공안원 노릇만 해 먹겠다는 그 말입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렇습니다. 평생 가난한 말단 공안원 노릇만 하더라도 사주팔자 탓이라 생각하고 운명으로 겸허하게 받아 들이며 살것입니다.”

“그럼 할 수 없지요.”

박인구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 넣고 날카로운 시선을던지며

“그대신 한 가지 명심 하시오! 만일 당신이 공안원들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외부에 발설한다면 그 땐 당신은 아마 재미 없을 줄 아시오!”

공갈인지 협박인지 한마디 던지고는 그는 재성이 곁을 떠났다. 재성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사회가 부패했다 하더라도 공직자가 이럴 수가 있으랴 싶어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정말 울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물론 어느 국가나 완벽하게 깨끗한 사회는 기대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철도 공안원들이 세계가 이렇듯 부패해서야 될 말인가, 여객 수송안전대책인 명랑한 여행이니 하는 구호를 내걸고 승객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철도 공안원이 이렇듯 부패한 늪애 빠져 있어서야 안전대책이나 즐거운 여행이니 하는 건 어디가서 찾는단 말인가? 이럴 수가 없지... 이럴 수가 없어... 이 나라 철도 공안원이 모두가 부패해 있다해도 나만은 이런 부패와 걸탁해서는 안된다고 재성이는 거듭 다짐을 해 보았다.

재성이는 박인구 씨를 위시해서 몇몇 사람만 그렇지 다 그럴수가 있으랴 하는 자위감에 자신만이라도 여기(부정)에 휩쓸려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지어 먹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열차내의 소매치기만은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소매치기 두목인 칠성이를 우선 체포해 놓고 봐야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칠성이를 체포하면 그와 결탁된 공안원들의 비리 사실도 더 자세히 알수 있으리라... 재성이는 또 다시 손목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새벽 4시가 갓 넘어 있었다.

어느새 열차는 종착지인 춘천역 플랫홈에 진입하고 있었다. 열차가 서서히속력을 낮추어 정거하자 재성이는 두 남자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재성이는 두 승객 남자와 합세하여 화장실 문을 부시듯 뜯어 내었다. 변기에 쥐죽은 듯 응크리고 앉아 있는 칠성이를 일으켜 세우며 반항하는 그의 목덜미를 힘껏 거머쥐었다. 그리고는 잽싸게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이 개자식!.. 따라와..”

재성이는 칠성이를 객차에서 끌어 내리고 역사내에 있는 공안원 대기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런데 대기실에 있어야 할 공안원은 없었다. 이미 분위기를 감지하고 칠성이와 대면하지 않을려고 피한 듯 싶었다. 재성이는 역전 앞 파출소로 칠성이를 데리고 들어가 현행범으로 경찰관에게 인계했다. 그리고 다음날 칠성이는 경찰서로 이첩되었다.

재성이의 손에 의해 검거된 칠성이는 경찰관의 심문에서 엉뚱한 진술을 끄집어 냈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기가 열차내에서 소매치기를 한 돈의 3분의 1가량을 정기적으로 뇌물로 상납했다는 내용이었다. 재성이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었다. 칠성이가 이렇듯 재성이를 모함하게 된 것은 칠성이에게 뇌물을 받고 그의 범죄를 눈 감아 준 공안원들과의 사전 계획에 의해서였다. 즉 칠성이파 소매치기들과 이들에게 뇌물을 받은 공안원들이 서로 입을 맞춘 것이었다. 만일 재성이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지 않으면 칠성이와 결탁된 공안원(이를테면 소매치기들에게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준 공안원들)들의 비리가 폭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칠성이에게 소매치기 해서 얻은 돈의 절반 가량을 노물로 상납 하라고 재성이가 요구했지만 칠성이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를 체포했다고 하는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재성이를 범인으로 몰아 넣은 것이었다. 그야말로 칠성이는 있지는 않은 재성이의 죄를 조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재성이로서는 추호도 그런 범행을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칠성이에게 뇌물을 받고 그를 검거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칠성이는 자신이 검거된 이상 재성이를 범인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재성이는 정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재성이는 수차례 담당 경찰관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칠성이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서 조서가 적성된 것이었다.

재성이는 검찰로 송치된 후 정식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법정에서 재성이는 사실대로 진술했지만 검사가 3년 6월 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한 터이라 무죄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검사가 이처럼 재성이에게 무거운 형을 구형한 것은 청렴결백해야 할 철도 공안원이 소매치기와 결탁하여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중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었다. 정말 재성이로서는 나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아무리 억울해도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주겠다고 나서는 증인이 없으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철도 공안원의 박봉으로는 병든 어머니도 제대로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없는 처지라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 그저 마음이 답답할 뿐이었다. 그저 옳바른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재성이는 바랄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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