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2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2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재성이는 이제 필사적인 신념으로 객차 칸마다 누비고 다니면 화장실까지 수색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뚜우!’

하면 기적소리 다시 울리는 것을 보아 종착역도 얼마남지 않은 모양이었다. 20년 이상 오랫동안 공안원으로 근무한 탓인지 이제는 소매치기와 보이지 않는 심리전에서도 능숙한 재성이었다. 열차의 맨 후미에서 4번재째 칸에 소매치기 두목인 칠성이가 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재성이는 칠성이를 추적했다. 어느새 낌새를 알아챈 칠성이는 재성의 눈을 피하느라 쫓고 쫓기는 액선이 전개되었다. 칠성이는 쫓기면서 기관차 앞쪽을 향해 도주했다. 한 칸 한 칸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열차 안에서는 지금 정의와 불의의 대결이 숨막히게 전개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기관차는 또 한번 ‘투우!’ 하는 기적소리를 토해 내고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자꾸만 달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남은 기관차와 연결된 객차에까지 쫓겨온 칠성이는 더 이상 갈곳이 없게 되었다. 재성이는 이제 칠성이의 등 뒤에까지 추격해 오고 있었다. 더 이상 갈곳이 없음을 알고 당황한 채 우왕좌왕 하더니 화장실로 급히 뛰어 들어 갔다. 재성이가 화장실 문에 손이 닿았을 때는 이미 문은 안으로 잠긴 상태였다.

“흥.. 네 놈이 이제야 내 손에 잡히게 되었구나!. 고작 숨는다는 것이 구린내 나는 똥통이야!.. 쳇!.. 비굴한 자식...”

재성이는 혼자 그런 말을 내뱉으며 문을 두드리며 순순히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칠성이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군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열차가 속력을 줄일 때마다 문이 덜커덩 거리며 흔들렸지만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열차가 속력을 줄이는 것을 보아 종착이 가까운 모양이었다. 재성이의 마음은 더욱 초조했다. 문을 열고 자수하라고 소리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재성이는 손목 시계를 들어다 보았다. 이제 종착역까지는 20여 분도 채 남지 않았다. 이 20여 분을 남겨 놓고 그처럼 염원하던 소매치기 두목을 잡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시름 놓였다.

이제 이놈을 화장실에서 밖으로 끌어내어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일만 남았을 뿐이었다.

“이놈아! 이제 넌 독안에 든 쥐다! 구린내 나는 똥통에서 나와 수감을 받든지 아니면 똥통에 목을 쳐박고 죽고 싶지 않으면 문을 열고 항복해라! 하지만 칠성이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필사적으로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지만 쉽게 열지 않는다.

“아무리 버티어도 소용없다! 빨리 나와 자수해라!”

재성이는 다시 한번 고함을 쳤다.

“문을 열고 나와라! 너는 이젠 잡힌 거다! 어서 문열고 나와라!.. 나오라니까.. 이놈아 어서 나오란 말야~!”

하지만 좀처럼 니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재성이는 이놈이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고 무언의 항전을 한다면 자기도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시간이 흘렀다. 재성이는 손목시계를 다시 보았다.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할 시간도 이제 5분 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나오라고 소리칠 필요도 없이 이놈이 수갑을 받겠다고 스스로 나올 때까지 좀더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재성이는 문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