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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1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1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앞으로 2시간 후면 열차는 춘천에 닿는다. 열차가 춘천역에 도착하기 전에 소매치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재성이는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며 객차 칸마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소매치기를 찾아 쥐 잡듯이 뒤졌다. 그러나 소매치기는 좀처럼 재성이의 눈앞에 나타나 주지 않았다.

객차 칸마다 여기 저기에서 돈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아우성치는 승객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소매치기를 뒤쫓느라 객차 칸마다 뛰어 다니고 있는 재성이에게 돈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직접 호소하는 승객도 있었다. 그런 승객의숫자가 꽤나 되었다. 그럴 때마다 재성이는 더욱 자기의 할 일을 못한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괴로웠다. 재성이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객차 칸마다 뒤지면서도 화장실을 열어 보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실 화장실은 남녀가 공동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쉽게 열어 볼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소매치기는 아마 이 점을 이용하여 도피처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소매치기들은 마음대로 열어 볼 수 없는 화장실이란 특수한 공간을 이용하는 듯 싶었다.

‘그래 맞아..’

재성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객차 맨 후미의 화장실부터 차례차례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문이 잠겨 있을 때면 문이 열리고 승객이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나올만한 시간이 되었는 데도 나오지 않는 것은 분명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자는 분명이 소매치기 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똥냄새와 구린내가 나는 화장실에 장시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술 더 떠서 안에 들어 않아 있는 사람이 소매치기를 경우 밖에서 공안원이 기다리고 있나 없나를 귀신같이 알아낸다. 아마 문틈으로 확인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틈을 막아야 한다. 재성이는 문틈을 살짝 비켜서 대기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소매치기일 경우 쉽게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

어떻게 알아내는지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그들은 용케도 공안원을 식별해 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쓰리꾼의 달인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되 는 극과 극이 대치하는 치열한 심리전이 한동안 숨막히게 객차안에서 전개되는 동안 동료 공안원들의 방해로 인하여 재성이의 작전계획은 실패된 적도 몇 번 있었다. 알고 보니 소매치기들과 미리 결탁된 공안원들과의 약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재성이로서는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는 꼴이 된 셈이었다. 열차가 의암역을 출발하여 종착지인 춘천역을 향해 달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제 시간도 한 시간 남짓 경과하면 춘천역에 닿게 된다. 지금 열차가 달리고 있는 여기에서는 종착역까지 정지하는 역이 없다. 말하자면 논스톱으로 달리는 것이다.

따라서 체포망이 좁혀오는 소매치기 입장에서는 잡히지 않을려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리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매우 위험하다. 기관차에서 내품는 칙칙푹푹 칙칙푹푹 하는 소리가 들리는 싶더니

‘투우 투우..’

하는 기적 소리를 길게 토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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