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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0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0회)

 

 

                                               재심청구(再審請求)

 

 

그동안 재성이는 동료 공안원들에게 칠성이파를 위시한 소매치기들을 조속히 검거해 줄 것을 제의했으나 대부분의 공안원들은 재성이의 제의를 겉으로는 수긍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장기 근속한 공안원 대부분은 다른 로선(路線) 열차로 옮겨 가면서 몇몇 신규 임용된 공안원이 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차내의 소매치기 사정은 좀처럼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공안원 중 누구인가 소매치기와 결탁해서 금품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재성이의 판단이었다. 말하자면 공안원들이 소매치기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눈감아 주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재성이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동료 공안원들의 비리를 폭로하여 처벌 받게 할 수도 없는 노롯이고 보면 재성이로서는 여간 걱정꺼리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금품거래는 은밀히 두 사람만이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정확한 물증을 잡아내는 것은 사실상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재성이로서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렇다 해도 이런 일을 그냥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재성이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마치 공안원으로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듯한 죄책감은 하루 빨리 소매치기를 검거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이어졌다.

재성이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깊은 번민에 잠기었다. 다른 동료 공안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는 한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소매치기를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다고 다른 공안원들이 자신의 소매치 검거에 협조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소매치기와 금품거래로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해도 혼자의 힘으로나마 최선을 다해 소매치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재성이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그것이 철도 공안원이 마땅이 해야할 임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재성이는 다른 공안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소매치기를 체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각별히 신경을 써서 반드시 체포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재성이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긴장돼 있었다.

어느새 열차는 가평역을 지나 의암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시각도 벌써 자정을 훌쩍 넘긴 2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앞으로 2시간 후면 열차는 목적지 춘천역에 도착하게 된다. 2시간 동안 소매치기를 체포하지 못하면 오늘도 또 헛탕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차에 승차한 사람들의 피해도 피해려니와 공안원으로써 마땅히 해야할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꼴이 되는 터이라 이건분명히 근무태만 이거나 직무유기인 셈이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봉사는커녕 자기의 임무조차 다하지 못한대서야 어찌 국가의 공복이라고 할 수 있으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이 국민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 내가 만일 소매치기를 체포하지 못해 승객들의 금품 피해가 늘어 난다면 그건 나에게도 책임이 전연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재성이는 시간이 일 분 이 분 경과 할수록 소매치기를 체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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