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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9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9회)

 

 

 

                             재심청구(再審請求)

 

 

그가 말하는 수입이란 소매치기 해서 얻은 돈을 말한다.

“이 정신 나간 소리 하는 걸 봐라. 니가 춘천역에서 나한테 잡히자 나를 이런 식으로 모함하는구나! 비굴하고 치사한 놈!”

재성이의 격분된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내가 왜 정신이 나가요? 내가 형님한테 잘 봐 달라고 매달 20만원 가량 주지 않았습니까? 형님은 나한데 매달 20만원 가량 받고 눈을 감아 오다가 두어달 전에는 수입이 없어 주지 못하자 날 잡아 넣은 게 아닙니까.. 돈을 받아 놓고 이제 와서는 오리발 내밀다니.. 참 형님도 섭섭합니다...”

재성이는 너무나 어이가 없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럴 수가... 내가 내가.. 이놈의 함정에 빠졌구나!.. 내가 이놈 한데....’

재성이는 입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재성이는 자신이 칠성이에게 꼼짝없이 당하게 되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무래도 죄를 억울하게 뒤집어 쓸 것만 같았다. 예감이 아주 좋지 않았다.

재성이는 옆에 서 있는 형사에게 칠성이의 말이 자기를 모함하기 위한 허무맹랑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형사는 재성이의 말보다 칠성이 말을 더 믿고 있었다. 재성이는 형사에게 자신의 진실을 믿어 달라고 애원했지만 형사는 재성이를 뇌물수수로 인한 직무유기라는 죄명으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제 재성이는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소매치기 잡아주고 오히려 빰맞은 꼴이 된 것이다.

그날 재성이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제152열차인 완행열차에 승차하고 있었다. 밤 9시 30분에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정시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고 있었다. 승객들이 가장 졸리는 자정을 전후한 시각에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재성이는 열 두량이나 길게 단 객차의 칸마다 누비고 다니며 무임 승차한 잡상인과 소매치기를 단속하고 있었다. 열차가 청량리역을 출발할 때 상습적인 소매치기 조직의 두목인 칠성이가 승차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재성이는 그를 체포할려고 수없이 객차 간마다 누비고 다녔지만 좀처럼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터이었다.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결의에 차서인지 재성이는 몹시 마음이 긴장해졌다.

새벽녘이 되어 열차가 춘천역에 도착하기 전에 그를 체포하지 못하면 또다시 놓치는 것이 된다는 초조한 생각에 재성이의 마음은 매우 다급해졌다. 열차내의 소매치기 가운데 가장 방대한 조직망을 가진 칠성이파를 일망타진 할려고 벼르고 있었는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 그들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재성이로는 여간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착역에 도착할 때마다 재성이의 귀에 들리는 소매치기를 당한 승객들의 신고는 재성이를 무척 비통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자신의 잘못인양 재성이의 마음은 무거운 죄책감애 짓물러 있었다. 아직도 칠성이의 소재 파악은 오리무중이었다. 소매치기들 때문에 수 많은 승객들이 마음 편히 여행을 할 수 없는 것을 물론이려니와 막대한 금품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재성이로서는 견딜수 없는 고통이었다. 하루 빨리 이들을 소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생각만이 그의 뇌리를 무수히 짓누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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