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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8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8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처음부터 재성이를 범인으로 취급을 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마음속으로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서 고분고분 응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심문 내용은 성명, 본적, 주소. 직업, 생년월일과 가족 사항에 이어 철도 공안원으로 부임한 날짜 등을 묻더니 열차내 소매치기를 근절시켜야 할 공안원이 소매치기와 결탁하여 금품을 받고 묵인해 주었다는 첩보가 있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재성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했지만 형사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심지어 고함을 꽥 지르면 직접 돈을 줬다고 하는 증인이 있는데 거짓말을 한다면서 화를 발끈 냈다.

“그런 일이 없습니다. 절대 부정한 돈은 한 푼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재성이는 어처구니 없어 그런 일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형사는 재성이에게 돈을 준 사람이 있으니까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히 자백하라고 신경질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재성이는 기가 막혔다. 무슨 이런 날벼락같은 일이 있단 말인가? 소매치기에게 부정한 돈을 받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재성이는 그런 비굴한 행위를 한 적이 추호도 없다고 거듭 말했지만 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형사는 다 타버린 담배 꽁초를 책상의 젯털이에 부며 끄며

“그럼 좋아, 당신에세 돈을 줬다고 하는 사람을 대면시켜주지..”

하면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재성이도 얼떨김에 의자에서 일어섰다.

“이리 따라와...”

이제 말도 거칠다. 재성이는 영락없이 무슨 함정이 빠진 느낌이었다. 나이도 재성이 보다 훨씬 적어 보이는 듯한 형사는 마구 불손한 말투로 떵떵거린다. 교양이라고는 서푼어치도 없을 성싶다. 형사는 재성이를 데리고 별관 유치장으로 갔다. 그리고 유지창에 수감되어 있는 칠성이를 앞으로 불러내어 재성이와 대면시켰다. 그제야 재성이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강 짐작했다.

“자, 너 말해봐, 네가 돈을 줬다고 하는 김재성 공안원이다!”

그러자 칠성이는 쇠창살 틈으로 빼끔이 재성이를 한참 노려 보더니 형사에게

“예, 맞습니다. 바로 이 공안원이죠.”

그러자 형사는 재성이에게

“이것봐! 이래도 당신 돈을 안 받았다고 우길거냐고?”

하며 재성이를 증오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칠성이는 열차내 소매치기 일당 중의 한 사람이고 두목이다.

“이 새끼야! 니가 언제 나한테 돈을 줬느냐?”

화가난 재성이는 칠성이의 허위 진술에 기가 막혀 그의 얼굴을 창살 틈으로 쳐다보면서 원망의 눈길을 던졌다.

“이 자식이 날 이런 식으로 모함하다니..”

재성이는 자기를 억울하게 모함하는 칠성이가 무턱 증오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칠성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형님! 이런 자리에서 왜 거짓말을 합니까? 이미 내가 경찰서에 붙잡혀 온 이상 형님도 솔직하게 자백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이 새끼! 거짓말 하는 거 봐, 이거 정말 사람 잡는 소리 하네!”

“사람 잡는 건 형님이지요. 매달 형님한테 잘 봐 달라고 돈을 주어 왔는데 두어 달 전에는 수입이 없어 형님한테 돈을 못주자 나를 잡아 넣은 게 아닙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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