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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7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7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재성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경춘선 완행열차로 옮겨 오게 된 것도 결국 이런 철도 공안원들의 모함과 중상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는 언제나 역사의 심판이 되는 것처럼 이러한 재성이의 공직에 임한 청렴한 자세가 상부 기관에 알려져 오늘 이 영광된 시상식에 초대되어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지금 한쪽 손에 둘둘 만 커다란 표창장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상패를 들고 있는 재성이의 마음은 하늘로 둥둥 떠 올라갈 듯한 감격에 벅차 있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재성이는 곧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서 어머니와 아내에게 받은 표창장과 상패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임신한 몸이 무거워 움직이기가 거북하다며 남편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아내가 얼마나 기뻐할까? 그리고 결핵성 각막염 증세로 병석에 누워 아들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어머니는 또 얼마나 기뻐하실까?

재성이는 아내의 몸도 몸이려니와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해 드리지 못하는 게 참으로 가엽고 안따까웠다. 쥐꼬리만한 철도 공안원 봉급으로서는 어머니를 장기간 입원시킬 수가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돈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보기도 한 재성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공안원들처럼 부정과 타협해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다.

재성이는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머리에 떠올릴 때마다 돈에 대한 애착도 느껴 보곤 했지만 추호도 그 따위의 더러운 방법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다. 가끔 더러운 돈에 대한 유혹(욕심)이 옷자락을 잡고 병든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면서 매달리곤 했지만 재성이는 그럴 때마다 모진 마음을 도사려 먹고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곤 했다. 지금도 재성이는 그런 걸 생각하며 바삐 발걸음을 제촉하며 집으로 향했다.

재성이가 집에 당도하니 어머니는 몹시 기뻐했다. 불편한 몸이지만 겨우 몸을 일으켜 아들을 두 팔로 껴안으며 상(賞)을 받은 것을 대견해 하였다.

“오냐, 그래 니가 이십년 동안 부정한 돈 한푼 받지 않고 나라의 녹을 먹었다카이 이 애미가 얼매나 반가운지 모린다.. 공무원이라카믄 우쨌든지 마음이 정직해야 하는기라.. 앞으로 그 마음 잊지 말거레이...”

어머니는 오늘따라 아들이 몹시 대견스럽기만 하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이렇게 생활이 궁핍한데 단돈 몇푼이라도 부수입을 벌어 올것 같기도 하지만 손톱 만큼도 부정이 무엇인지 부조리가 어떤 것인지 그런 것 하고는 전연 관심이 없이 정직하게 사는 아들이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했다. 한동안 상(賞)을 받아온 아들과 남편을 둘러싸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아내 – 그러나 이 기쁨도 사흘이 채 못가서 청천벽력 같은 슬픈 일이 휘몰아쳐 왔으니 재성이는 물론 어머니와 아내도 땅을 치고 통곡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찰서에서 출두하라는 내용의 통지서-

참고인으로 출두하라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경찰서라고는 가보지 않는 재성이에게 이러한 내용의 출두 지시서가 날아든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었다. 엽서로 된 통지서를 들고 재성이는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며 부랴부랴 경찰서로 향해 발걸음을 옯겨 놓았다. 경찰서에 도착한 재성이는 엽서에 기록된 담당 형사를 찾았다. 담당 형사는 재성이의 신분을 확인하더니 조사할 게 있다면서 앞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재성이는 책상을 가운데 놓고 형사와 마주 앉았다. 형사는 심각한 얼굴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연기를 허공에 내뿜으며 만년필을 들고 조서를 작성하겠다며 묻는 말이 대답만 하라고 했다. 형사의 심문은 매우 불손했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심문이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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