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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지혜로운 사람은 왜 정치를 기피하는가?

 

 

 

 

칼럼

 

 

 

 

 지혜로운 사람은 왜 정치를 기피하는가?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란 말이 있다.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윤석렬 대통령의 인재 등용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여기에는 ‘국민의 힘’ 책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정치는 전쟁과 같다. 그것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여~야가 서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때처럼 좌파가 권력을 잡으면서 우파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은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투쟁은 전쟁이다. 전쟁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규칙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정치에서 반칙이나 룰이 묵살되는 것도 전쟁과 같기 때문이다.

 

군주가 훌륭한 인재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를 보자.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은 정사를 전혀 돌보지 않고 사냥놀이와 주색잡기에 빠져 있었다. 3년동안 미녀들의 치마폭에 둘러 싸여 조정에도 나오지 않았다. 충신들이 장왕에게 조정에 나와 올바른 정사를 해 줄 것을 날마다 상주하였지만 듣지 않았다. 더구나 매일 신하들이 와서 조정에 나올 것은 상주하자 귀찮아 아예 조문에 표찰을 써서 걸어 놓았다. “앞으로 과인에게 상주하는 자는 가차없이 목을 칠 것이다.” 그러자 간하는 신하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왕은 밤낯으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잔치를 벌이고 풍악을 즐겼다. 오거라는 신하가 장왕의 술판에 나타났다. 장왕은 왼쪽에는 진나라에서 맞아온 후궁을 안고, 오른쪽에는 월나라에서 온 후궁을 안고 술에 취한 채 희희낙락 하고 있었다. “경은 어찌하여 들어 왔는가? 조문에 걸린 글귀를 보지 못했는가?” “보았사옵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고 싶어서 왔는가?” “신은 술을 마시거나 직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수수께끼를 들려 드리려고 왔는데 알아 맞춰 보시겠습니까?” “수수께끼라, 그것 참 재미있겠구나!” 오거는 말했다. “어느날 오색 영롱한 큰 새 한 마리가 초나라 언덕에 날아와 높은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데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으며 세상을 둘러 보지도 않은 채 앉아만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그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그 새의 이름은 대붕이다. 3년을 날지 않았으니 언젠가 한 번 날개를 펴서 날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오를 것이고 3년을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음을 토하면 반드시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장왕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임을 알면서도 못 알아 들은 척 여전히 주색에만 빠져 정사는 돌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부 소종이 죽기를 작정하고 장왕에게 정사를 돌봐 달라고 간청했다. 장왕은 말했다. “그대는 조문에 걸린 표찰을 보았겠지?” “보다 뿐입니까? 신이 죽더라도 대왕께서 바른 마음으로 돌아오시게만 된다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화가 난 왕은 벌떡 일어나 칼을 뽑았다. “니 놈이 감히 나를 농락하려 하다니 죽고 싶으면 죽여주마!” 하고 칼을 번쩍 드는가 싶더니 매달아 놓은 북의 끈을 잘랐다. 왕은 그 길로 조정에 나가 정사를 보기 시작했다. 그날로 대신 오거와 소종은 높은 벼슬에 등용시켜 정사를 맡기고 그동안 아부만 하던 간신들을 엄벌에 처하고 현자 수백명을 도성으로 불러들여 임무를 맡겼다. 장왕이 3년동안 술과 미녀들의 치마폭에 싸여 정사를 돌보지 않았던 것은 간신과 충신을 구별하기 위해 일부러 꾸민 연극이었던 것이다. 사람의 속을 알 수 없는 인재 등용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옛날부터 인재를 등용하지 않는 규칙이 하나 있다. 투항해 와도 비아의 사람은 등용하지 않는다. 한번 배신한 사람은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렬 대통령이 인재를 기용하는 것을 보면 과거 민주당에 있었거나 그쪽 성향을 가진 사람을 다수 기용했다. 과거 정부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요직이나 장관을 지낸 사람을 재탕하는 모양새다. 이런 사람은 뛰어난 새로운 정책보다는 자리 보전에만 급급할 확률이 매우 높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동안 부정선거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고소, 고발이 적지 않았다. 시민단체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대통령이나 ‘국민의 힘’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거니와 이런 정당이라면 향후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어렵다.

 

세계사를 보면 일본, 중국 등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재를 자못 기용해서 군주가 퇴거 당하거나 망국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재를 잘못 등용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패하여 도주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비의 저서(韓非子)에는 정치라는 거대한 집단 조직이 어떤 것인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 있다. 한비는 인간은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는 애정도 아니고 배려심도 아니며 오로지 이익뿐이다. 뱀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애벌래와 비슷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누구나 징그러워한다. 그러나 어부는 맨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자는 맨손으로 누에를 잡는다.”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용감해진다는 말이다. 정치 조직도 이익 집단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 혼탁한 한국 정치를 보면 지혜로운 사람이 정치를 기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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