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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8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8회>

 

 

                                      아라홍련의 전설

 

 

무달의 간곡한 말에 친구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를 말인가? 그야 응당 그렇게 해야지.”

“그럼 밤도 이슥했으니 돌아가게. 정말 수고했네.”

친구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돌아갔다. 친구는 약속대로 이날 밤에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달의 아내는 하룻밤 정을 통한 아랑을 잊을 수가 없었다. 밤에 누워도 아랑의 얼굴이 아삼아삼 떠오르고 꿈에도 아랑이 나타나 보듬어 안아 주었다. 귀공자처럼 생긴 얼굴이며 자기 남편이 목에 칼을 겨누어도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는 기백이며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날이 갈수록 아랑에 대한 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나 가슴 한구석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다시 오면 함께 줄행랑을 치고 싶었다. 한평생 살아봐도 지금의 남편과는 따뜻한 이부자리 한번 펴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아랑이 더욱 그리워졌다. 더구나 처음으로 성관계를 한 남자가 아닌가. 만약 남편의 말대로 노비로 팔려간다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어디 사는 누구인지 이름이라도 알아 둘 걸 그랬구나 싶었다. 이 여자 이름은 홍련(紅蓮)이었다.

 

허가 없이 국경을 넘은 죄로 백제 군영의 옥방에 갇힌 아랑(兒郞)은 문초를 받기 위해 포박된 채 군영 지휘소 마당으로 끌려 나와 첩자(諜者)로 문초를 받다가 기진맥진 하자 군졸들은 아랑을 뒷산에 버렸다. 얼마후 아랑은 정신이 들어 깨어났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깨어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군영에서 벗어나 아랑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던 것이다. 아랑이 사경을 헤매며 쓰러져 있는데 마침 대사가 산에서 내려오다가 발견하고 아랑을 암자로 데려 왔다.

“이놈,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젊은 놈이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빠져 자면서 이 늙은이를 굶긴단 말이냐?”

아랑은 큰 소리에 놀라 얼른 눈을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방에서 나와라 이놈아!”

방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아랑을 바라보며 큰 소리를 치는 대사(大師)는 흰 수염을 길게 휘날리며 두 눈에 광채를 띠고 있었다. 아랑은 놀라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 대사는 산속 암자에서 은거하는 도인이었다.

“어서 밥을 짓거라. 배가 고파 뱃가죽이 등허리에 붙겠다 이놈아!”

아랑은 어떨결에 방 옆에 딸린 부엌으로 들어가 쌀을 씻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었다. 아랑은 정성껏 밥을 지어 밥 두 그릇과 수저 두 벌을 차려 개다리 소반상에 받쳐들고 방으로 들어가 대사 앞에 놓았다.

“이놈아! 왜 밥그릇이 두 개냐?”

영문을 몰라 눈을 휘둥그래 뜨고 가만히 서 있는 아랑을 위해 대사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너는 부엌에 가서 누룽지나 먹어라!”

아랑은 아무말 없이 부엌으로 나가 솥에 물을 부어 누룽지를 긁어 먹었다.

며칠이 지나자 아랑은 예전처럼 기력을 회복했다. 아랑은 행장을 꾸려 대사(大師)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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