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2부 제17회
미녀 노아
“아씨와 잘 아신다는 분이 그런 말을 하였습니다요.”
분이가 말하는 아씨와 잘 아는 분이란 바로 노아가 심어 놓은 밀정꾼이었다. 노아는 오래전부터 밀정꾼을 풀어 누가 판관(判官)으로 오는지 손바락처럼 들어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분이는 노아와 잘 아는 사이란 것만 알고 있을뿐 노아가 심어 놓은 밀정꾼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분이가 말했다.
“웃개마을 사람들은 다 그렇게 수군거리고 있습니다요. 아씨 아버님 죄를 다스리기 위해 조정에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안핵사가 내려 왔으나 아씨한테 반해 한 사람도 아씨 아버님의 죄를 다스린자가 없다 합니다요... 하오나..”
“하오나 뭐냐?”
“이번에 내려오는 안핵사는 성품이 아주 강직하고 엄격하다 하옵지요. 뿐만 아니라 융통성이 없고 청렴결백하기가 대나무를 쪼갠 듯하다 하옵지 뭡니까요.”
“그 사람도 분명히 대장부 사내렸다?”
“아, 그야 물론입죠. 대장부 사내가 아니면 치마 입은 아낙네가 어찌 한양에서 높은 벼슬을 해서 내려 오겠습니까요. 호홋..”
“그렇다면 크게 염려할 것이 없느니라.”
“염려할 것이 없다니요? 그처럼 청렴결백 한 대두요?”
“가히 염려 말래두.. 저 그런데 분이 너와 어디 갈 곳이 있느니라.”
“어디 말이옵니까요?”
“어딘 어디냐 칠현(漆原)에 있는 영포역(靈浦驛)관이지.”
“거긴 왜요?”
“새 안핵사가 오면 먼저 당도할 곳이 칠원(漆原)에 있는 영포역관이니 여기서 거기까지는 사십리 길이니까 사십리 길을 단숨에 달릴 수 있는 말(馬)만 준비하면 일은 무사히 될 것이다.”“말도 말이지만 탈 줄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요?”
“말 타는 솜씨는 이미 익혀 놓았으니라.”
“에그머니나! 아씨두.. 남정네두 아닌데 언제 말타는 솜씨를 익혔습니까요.?”
“나는 본시 기생 신분이 아니였느니라. 아버님이 죄인으로 몰려 가산(家産)이 모두 관가에 몰수당해 하는 수 없이 기생이 된 것이다.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보니 내가 먹고 살자면 기생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형편이었던거야. 아버님께서 평소에 늘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어떤 말씀을요?”
“네가 사내 대장부라면 말타기와 활소기와 칼 쓰는 법을 가르쳐 장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으로 말타기는 조금 배웠지만 활쏘기와 칼 쓰는 법은 남정네만이 하는 일이라 쉬이 배울 수가 없었느니라. 하지만 나는 활 대신 창을 배웠고 칼 대신 학문을 닦았지...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말을 구해서 오늘 밤 야음을 타서 칠원 영포역관으로 가자구나! 그래야 아버님의 목숨을 구할 수가 있느니라."
“하온데.."”
“하온데 뭐냐?”
“소녀도 꼭 아씨와 동행해야 하는지요?"
“너는 나의 분신이니라. 내가 있는 곳에 분이고 있고 분이가 있는 곳에 내가 있느니라..”
그날 밤 노아는 어두운 야음을 타서 등 뒤에 분이를 태우고 말을 몰았다. 말발굽소리가 우렁차게 밤공기를 갈랐다. 노아는 말했다.
“떨어질라.. 날 꼭 잡아라.”
노아의 등 뒤에서 분이가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