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1부 제10회

미녀 노아

세상만물의 이치가 음양 오행의 구성에 따라 길흉(吉凶) 화복(禍福)이 결정되듯이 인간사도 양(陽)과 음(陰)이 조화를 이루어야 살아가는 일이 안락한데 양기(陽氣)는 없고 음기(陰氣) 뿐인지라 이런 터는 재물이 모였다가도 흩어지고 질병에 걸리면 잘 낫지 않습니다. 특히 음양(陰陽)에서 음(陰)은 여자를 말하고 양(陽)은 남자를 말하는데 이 고을 지세를 살펴보면 양기는 없고 음기 뿐인지라 필시 천하 절세의 미모에다 문장과 가무(歌舞)에도 뛰어난 재주를 지닌 여걸(女傑)이 한 사람 태어 날 터인즉 이런 여자는 사주팔자 구성이 양호하고 용신(用神) 대운(大運)을 잘 만나면 일약 발복하여 잘하면 임금의 눈에 띄어 정비(正妃)나 후비(后妃)가 되거나 아니면 정승이나 판서 대감의 부인이 되어 평생동안 하인을 부리면서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아 갈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사주팔자 구성이 나쁘고 대운이 용신을 거스리게 되면 잘해야 지방 관아 벼슬아치의 첩실이 되거나 아니면 기생팔자 밖에 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타고난 미모는 절세의 미인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역술가는 다시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하기를 무엇이나 열심히 노력하고 열정을 쏟으면 얻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하기도 하지만 농부가 여름내 애써 잘 지은 농사도 가을에 거두기 전에 태풍이나 홍수를 만나 모두 떠내려 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또한 어느 나라 임금인들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가 귀하지 않아서 망하게 내버려두는 임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가 귀하고 소중하다 한들 천운(天運)이 다하면 내 놓아야 하고, 임금의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하는 것이 세상만사의 이치입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 백제, 고구려, 신라가 망하고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트리고 조선을 건국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

“지금 조선의 도읍지 한양(漢陽)의 지세를 보면 백악산(白岳山 = 北岳山)과 목멱산(木覓山)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백악산(북악산)은 바윗돌로 우뚝 솟은 위엄 때문에 군주(君主)의 위엄이 너무 강하지요. 너무 강하면 부러지니 쉬우니 지금의 임금(성종을 말함) 뒤를 이어갈 군왕 시대에는 큰 환란이 생길 것입니다. 또한 한양의 백호(白虎)가 되는 인왕산(仁王山)은 호랑이의 기개를 닮아 있어 반드시 나라의 기둥과 대들보를 뒤흔들 만한 충성스럽지 못한 효웅(梟雄 = 사나운 영웅)이 나올터인즉 백성들은 이 사람을 폭군이라고 할 말할 것입니다.

그때 억울하게 죽거나 다칠 사람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해서 혹여 부사 나으리께서 훗날 한양으로 영전되어 가실 운이 있더라도 신중히 판단하길 바라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에게 약(藥)이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독(毒)이 되는 일이 있으니 앞에 놓인 대사(大事)가 약(藥)이 되는지 독(毒)이 되는지 잘 살펴서 처신하길 바라오. 사람은 누구나 주변에 아는 사람(知人)이 많다고 해도 엄격히 따지면 자기에게 득(得)이 되는 사람과 해(害)가 되는 사람 두 사람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고 사는 것이 세상만사의 이치인데 이를 흔히 운명이라도 말하지요.”

부사 정항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그 세상만사 이치는 어디서 오는 것이오?”

“흔히들 세상만사 돌고 도는 세상이라 합니다만 이 말은 세상만사 돌고 돌아 양지(陽地)가 음지(陰地)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목숨도 돌고 도는 것인데, 이 목숨이 어디로부터 왔는가 하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氣)로부터 왔습니다.”

“그러면 그 음양오행의 기(氣)는 어디에 있오?”

“하늘(天)에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