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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 미녀 노아 제1부 제6회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1부 제6회     

 

    미녀 노아




하지만 두 사람이 이런 약속을 하고 헤어진 것이 마지막 날이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한 달 보름이 지난 후 노아가 알게 된 소식은 박시량의 전사였다. 박시량은 한양에 당도하자 왕으로부터 평안도 병마절도사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그가 보임을 받고 평안도 임지에 도착하고 열흘이 지나자 걸안족 기마병이 압록강을 넘어 침입했다. 조선군 기마대를 이끌고 걸안족과의 싸움에 나간 박시량은 걸안군과 싸웠다. 전쟁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혈전이었다.

 

 

조선군과 걸안군은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박시량은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걸안군을 향해 칼을 힘껏 내리쳤다. 군사의 피가 솟구치면서 박시량의 몸을 붉게 물들었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서서히 모여 들더니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면서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 되었다. 이거성, 김우래, 서빈도 등 조선의 군관(장수)들과 함께 걸안군을 맞아 싸웠다.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걸안군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조선군에서도 전상자가 늘어나면서 내리는 빗물에 피는 붉은 빗방울로 변해 죽어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체 사이로 붉은 핏물이 도랑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선군과 걸안군은 피차(彼此)간 악귀와 같은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사투로 전개 되었다.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걸안군에게 매우 불리하게 전개 되었다. 걸안군의 사상자가 점점 늘어나 더 이상 싸울 군사가 없었다. 많은 희생자를 낸 걸안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후진에 있던 조선군 기마대가 합세하면서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걸안군은 박시량이 이끌고 있는 조선의 선봉군과 싸웠으나 대패하고, 생존한 걸안군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적진에서 날아온 화살 한 대가 박시량의 왼쪽 가슴에 꽂히면서 그는 마상에서 떨어졌다. 부하들이 박시량을 급히 후진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화살촉에 묻은 심한 독()이 온 몸에 퍼져 사망했다. 다행이 걸안족을 격퇴하기는 했지만 대장군 박시량의 전사는 조선으로는 큰 치욕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 혼례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부부와 다름없는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에 잠겨 노아는 며칠동안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아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후 노아는 오로지 박시량만을 생각하며 혼자 수절하며 살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대벽죄(大壁罪)로 몰렸다. 따지고 보면 큰 죄도 아닌데 아버지가 대벽죄로 몰린 것은 그동안 함안 부사가 자신을 관아에 나와 수청을 들게 하라고 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청()을 넣었지만 아버지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노아의 뇌리에 깊이 뿌리 내릴수록 함안 부사에 대한 반감이랄까 벼슬아치에 대한 저항감이 일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아버지마저 잃는다면 살아갈 의욕이 없었다. 그래서 깊은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기녀(妓女)가 되는 일이었다. 기생이 되면 아버지를 구명(救命)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록 몸은 기생이지만 영혼(靈魂)만은 박시량을 평생의 배필로 사모하고 있었다. 노아는 그날 밤 사랑하는 님을 잃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후원(後苑)에 나왔다. 조금씩 푸른빛이 바래가는 풀밭 위에 가을 달빛이 하얗게 내려 앉고, 달빛 속에서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이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저 조그마한 가슴에 무슨 감정이 있다고 저렇게 슬피 울고 있는지 모른다고 노아는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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