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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5회)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5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어느날 장돌복이 사는 집 이웃에 가죽신을 만드는(가파치) 상빈(常彬)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상빈은 미모(美貌)의 기생(妓生)에게 마음을 빼앗겨 한번 만나 운우(雲雨)의 정회(情懷)를 풀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상빈(常彬)의 처지로는 그 기생을 만나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혼자 마음만 태우다가 화류계에서 장돌복을 모르는 기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장돌복의 힘을 빌어 연모(戀慕)하는 기생과 가까이 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상빈(常彬)은 장돌복의 집에 매달 가죽신 한 켤레를 만들어 보냈다. 여섯달 동안 가죽신 선물을 받은 장돌복은 아무 조건없이 받기가 민망하여 어느날 상빈의 집을 찾아 갔다. 상빈은 장돌복이 찾아오자 반갑게 상좌로 모시고는 이렇게 말했다.

“ 이런 천한 가파치 집을 어쩐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 ”

장돌복은 상빈의 안내로 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오늘 그동안 보내 온 가죽신 값을 갚으려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나한테 보낸 가죽신 값이 모두 얼마나 되오 ? ”

상빈은 이 말을 듣고 놀라면서

“ 신 값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돈을 받고자 만들어 올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말씀은 그만 두십시오 ”

“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매달 가죽신을 만들어 보냈소 ? 수고 값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소 ? ”

“ 그런 말씀도 하지 마십시오 ”

“ ...................”

“ 그런데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

“ 무슨 부탁이오 ? ”

“ 저도 사나이인 까닭에 어찌 여자에게 마음이 없겠습니까 ? 제가 어떤 기생을 마음에 담아두고 혼자 연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신발을 만드는 천한 놈이 그런 기생을 가까이 하는 것은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것보다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서리(書吏)님께 부탁하는 것이니 물리치지 마시고 소인을 위해 한번 힘써 주십시오 ”

장돌복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 그 기생 이름을 아시오 ? ”

“ 예. 춘화라고 합니다 ”

“ 춘화(春花)라 ? 그 기생은 한양(漢陽)의 명기(名妓)인데 들어 줄지 모르겠는데 ? 어디 좀 생각해 봅시다 ”

장돌복은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돌아 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장돌복은 어느날 가죽신을 만드는 상빈(常彬)을 불러 놓고 기생 춘화(春花)를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 내가 지금 말하는 계책이 먹혀 들지는 모르겠소만 대담하게 한번 실천에 옮겨 보도록 하시오. 만일 그렇게 못하면 기생 춘화를 가까이 할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해 보시오 ”

“ ............”

“ 내가 내일 그대가 연모하는 기생 춘화(春花) 집에 있을 것이오. 그 자리에도 다른 오입쟁이들이 여러 명 있을 것이오. 그때 그대는 제일 가는 부랑자 행색을 하고 와서 사람을 죽일 듯한 기세로

“ 장돌복 이놈 ! 여기 있지.. ”

하고 큰 소리로 달려 들어 보시오. 그러면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뒷문을 박차고 도망가겠소. 이때 다른 부랑자들이

“ 장돌복을 어찌하려 하는 것이오 ? 하고 묻거든 그대는 장돌복이란 놈은 호랑이 같은 존재이므로 죽여 없애고자 찾아 온 것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하시오 ”

상빈은 장돌복이가 알려주는 계책을 이틀동안 방안에 들어 박혀 그대로 반복해서 연습을 하고 나서 다음 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장돌복과 약속한 날 신발장이(가파치) 상빈은 기생 춘화의 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 장돌복이 시키는 대로 하자 장돌복은 혼비백산(魂飛魄散) 겁을 먹은 시늉을 하며 도망쳤다. 장돌복이가 도망가는 것을 본 다른 부랑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떠들어 댔다.

“ 장돌복이도 무서워 하는 사람이 있구나 ! ”

하면서 일어나 슬금슬금 상빈을 피하면서 하나 둘 사라지자 기생 춘화(春花)의 집은 아무도 없는 상빈의 혼자가 되었다. 이때 상빈(常彬)은 기생 춘화에게 이렇게 물었다.

“ 오늘은 내가 그대의 집에서 자고 가려 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 ”

그러자 기생 춘화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입가에 요염한 웃음을 흘리며 상냥하게 대답했다.

“ 기다리던 말씀입니다 ”

이렇게 해서 가죽신 장수 상빈(常彬)은 협객 장돌복(張乭福)의 지혜로 한양의 명기(名妓) 춘화(春花)와 서로 부둥껴 안고 긴 밤에 운우(雲雨)의 열정을 마음껏 쏟을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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