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4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기생(妓生)들은 더러워 못견디겠다는 듯이 침을 마구 뱉았다. 장돌복이 이가 많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자 찾아오는 기생(妓生)은 없었지만 그러나 모든 기생들은 호걸다운 사나이의 기질과 수려(秀麗)한 그의 모습을 잊을 길이 없어 무척 애를 태웠다.
그렇게 해서 여자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오르지 약한 사람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장돌복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한양 한복판인 광통교(廣通橋)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옥교(玉轎) 하나가 지나가게 되었다. 그 옥교의 뒤와 좌우에는 계집종이 십여 명 따르고 있었다.
이때 옥교의 여부(옥교를 들고 가는 남자)는 장돌복이 술이 취해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
“ 이놈아 ! 썩 물러서지 못할까 ? 이놈이 누구 앞에서 소리치고 불손 무례한 행동을 하느냐 ? ”
하자 장돌복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 니 놈 따위가 내 몸에 주먹을 대려 해 ? 이놈이 주먹깨나 쓰는 모양인데 니놈이 그런 용기를 낸 것은 이 옥교 안에 있는 사람을 믿고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 아니 그러냐 ? 나는 니 놈 대신 이 옥교를 없애 버리겠다 ! ”
하고는 가지고 있던 칼을 꺼내어 옥교(玉轎) 밑을 사정없이 찔렀다. 그러자 칼 끝이 공교롭게도 호야(壺夜)에 찔려 ‘쨍그랑’ 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그러자 옥교(玉轎)에 타고 있던 여자가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보았다. 그 여자는 장지항(張志恒)의 애첩(愛妾) 향이(香伊)였고, 장지항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훈련대장이란 직책과 포도대장까지 겸하고 있었다.
향이(香伊)는 곧 바로 이 사실을 장지항에게 알렸고, 장지항(張志恒)은 자기의 애첩이 망신 당한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하여 즉시 포졸을 시켜 장돌복을 잡아 들이라고 명령했다. 장돌복은 결박을 당하고 끌려와 장지항 앞에 꿇어 앉았다. 장지항은 장돌복을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큰 소리로 호령을 하였다.
“ 이놈 ! 니 죄를 알렸다. 죽을 죄를 지었으니 당장 극형을 받아야 한다 ”
그러나 장돌복은 태연한 모습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포도대장 장지항(張志恒)은 높은 자리에 앉아 더욱 소리를 높혔다.
“ 그놈 참 대단하다. 니 놈을 당장 죽일테니 마지막 남길 말이 있거든 말해 보아라 ! ”
장돌복은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 장군님은 잘 알 것입니다. 장군님이 포도대장으로 계신 후 도둑놈의 무리가 자취를 감추었고 또 소인이 서리(書吏)로 있게 된 이후로 거리에 불량배들도 없어졌습니다. 오늘의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장군님과 소인 때문이니 장군님과 소인의 존재가 어찌 귀하다 하지 않겠습니까. 사정이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장군님께서 천한 계집 하나를 모욕한 것을 문제 삼아 대장부 하나를 죽이려 하시니 소인이 장군님을 대장부로 본 것이 잘못 입니까 ? 소인은 죽는 것은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군님이 소인배로 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 걱정됩니다. 장군님이 널리 생각하여 선처하십시오 ”
다루기가 쉽지 않는 포도대장(捕盜大將) 장지항(張志恒)도 장돌복의 말에 감동하여 형리(刑吏)에게
“ 이놈을 방면해라 ! ”
하고 장돌복을 곧 바로 풀어 주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장돌복의 위세는 더욱 높아졌고 한양에서는 장돌복이란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