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poetry =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바람이 빗어 넘긴 머리털
고개 숙여 키를 낮춘 억새풀
하얀 뭉게구름 닮은
박꽃 웃는 하얀 얼굴에
가을 향기가 묻어난다
반딧불 어둠을 밝히면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로
잠을 설친 개만 컹컹 짖고
태양을 사모하다가
꽃을 버리고 향기를 품은
사과나무 밑에서
밤이면 한 올 부끄러움 없이
달과 별들이 하얀 속살 드러내고
주고 받는 사랑의 눈빛이 아름답다
길섶 남향밭이
노란 웃음 하얀 웃음
흐드러지게 웃는 가을꽃들
귀뚜라미 노래에 장단 맞춰
새들이 지절대는 합창소리 가득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