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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제2회

 

 

 

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제2회

 

 

 

                           신인배우(新人俳優)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 나는 GF연예기획사 앞 게시판에 가보니 50명의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아무리 봐도 ‘권성희’라는 이름이 맞았다. 나는 기뻐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강시후 씨가 나를 합격시켜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기뻐서 한참 울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신인배우 모집에 합격한 권성희씬가요?.”

나는 몸을 일으키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촬영 감독님께서 권성희 씨를 보자고 하니 저를 따라 오세요. 감독님이 계단에 내려오시다 권성희 씨가 우는 것을 보시고 다시 되돌아 와서 지금 사무실에 계십니다.”

그제야 나는 강시후 씨가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내가 우는 것을 보고 되돌아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연예기획사 직원이라는 여자를 따라 윗층으로 올라가 그 여자의 안내로 GF연예기획실에 들어섰다. 사무실에는 강시후 씨 혼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는 일어서며 반갑게 내 손을 잡았다. 역시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 강시훕니다. 권성희 씨를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보고 처음 보는군요.”

“강 선생님 오래만입니다.”

“그러네요.”

나와 강시후 씨가 앉은 둥근 탁자위에 조금 전 나를 여기로 안내한 여자가 커피잔을 놓고 갔다. 강시후 씨는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여자에게 말했다.

“미스 한은 퇴근해도 좋아.”

여자는 “예” 대답을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나는 강시후 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점심이라도 대접을 해야겠구나 싶어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선배님을 만났으니 제가 점심이라고 대접을 하겠습니다. 합격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배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같이 호흡을 맞추어 좋은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이번에 신인배우 모집에 합격한 사람은 서울에 가서 배역 선정을 하고 대본이 나오면 곧바로 영화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이미 영화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어 나와 점심을 같이 할 수 없고 다음에 하자고 했다.

내가 다시 강시후 씨를 만난 것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그때 강시후 씨에게서 같이 점심이라도 하자는 전화가 와서 나오라는 장소에 나갔다. 죽도 시장 맛집 골목에 있는 분위기가 아늑한 일식과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었다. 나와 그는 포스코대로에 있는 한국관 인근의 댄스빠로 자리를 옮겼다. 댄스빠는 춤도 추고 술도 마시는 곳이었다. 나는 이제 배우가 되었다는 생각에 한바탕 몸을 흔들어 춤을 추고 싶었다. 요란한 벤드소리가 쿵작거리며 남녀가 어울려 몸을 흔들고 있는 틈새에 끼어 들어가 음악에 맞추어 나와 강시후 씨는 몸을 흔들어 댔다. 천정에 매달린 사이키 조명이 오색 찬란하게 번쩍거리는 실내에서 나와 그는 몸을 흔들어 댔다. 나와 그는 한참동안 몸을 흔들다가 둥근 탁자로 돌아와 위스키를 몇 잔 들이켰다.

그동안 갈망하고 있었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자 오늘만은 마음대로 몸을 흔들어 보고 싶었다. 나는 다시 사람들 틈에 끼어 쿵작거리는 빠른 템포의 흥겨운 리듬에 맞추어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댔다. 천정에 매달린 사이키 조명이 찬란하게 무지개 빛깔을 토해내며 숨가쁘게 분위기를 잡으며 흥분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한참 몸을 흔들고 있던 나는 그와 서로 마주보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내 몸에 바짝 붙어서 무릎이 닿일락 말락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와 나는 술기가 오른 듯했다. 황홀하고 짜릿한 감흥이 온몸에 번지고 있었다. 갑자기 사이키 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탠드의 소폿라이트가 소멸되면서 광란하든 밴드음악이 갑자기 뚝 그치며 잠잠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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