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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명작 중편소설 = 천강홍의장군 < 2 >

 

 

 

 

 

권우상 명작 중편소설 = 천강홍의장군   < 2 >

 

 

                                       천강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은 ‘노다사부로’에게 언제부터 무예를 배웠느냐고 물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살 때부터인데 오도상(아버지)이 가르쳐 주셨서무이다.”

“으음..”

곽재우 장군은 무엇인가 종이에 열심히 적고 나서 말했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치기 위해 청년들을 대거 징발하고 전쟁준비를 한다는 말이 사실이냐?”

“그렇서무이다. 일본은 반드시 조선을 칠 것이오무이다.”

곽재우 장군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습니다. 장군이 되겠다고 이 자리에 나온 청년은 모두 사 오십여 명이었습니다. 이제 곧 무예실력을 테스트 하는 시합이 있을 모양입니다. 이 시합에 합격해도 실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장군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매일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오늘 이 시합에서 무예솜씨가 뛰어나면 부장군이 된다고 했습니다.

무예실력을 겨누기 위해 나온 청년들 중에는 활을 잘 쏘는 청년도 있었고, 칼이나 창을 잘 쓰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각자 자기의 실력을 겨눌 창이나 칼 또는 활을 가지고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장소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무예시합이 곧 시작되는 듯 구경을 나온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고, 무예실력을 겨눌 청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오늘 여기에 나온 청년들은 그동안 장군이 되기 위해 부단히 실력을 연

마해 온 예비 장군들이었고, 그 중에는 이미 장군으로 손색이 없는 창검이나 활을 잘 쏘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청년도 있었습니다.

좌중에는 무예실력을 심사하는 다섯 명의 장정들이 앉아 있었고, 그 가운데 앉는 분은 심사관인 곽재우 징군이었습니다. 이윽고 무술시합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리에서 일어선 곽재우 장군은 청년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장군을 뽑는 이 행사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기 위해 조선 각지에서 많은 장정들이 와 있소. 지금 우리 조선의 정세는 매우 어수선 하오. 더구나 일본은 명나라를 친다면서 조선에 길을 열어 달라고 하고 있는데 이 말은 먼저 조선을 친후 명나라까지 치겠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오? 오늘과 같은 난세에서는 오르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 무예가 출중한 장군을 발굴하여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소. 그러니 이 기회에 무예가 출중한 청년들은 자신의 무예솜씨를 충분히 발휘하여 모처럼 장군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라오!”

그러자 와! 하는 군중들의 함성소리가 온 바닷가를 뒤흔들었습니다. 곽재우 장군은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면 검투시합부터 시작하겠소. 검투는 두 사람이 대결하는 방법으로 하는데 어느 한 쪽이 패할 때까지 계속해서 하는데 진 사람은 탈락되고 이긴 사람은 다시 이긴 사람끼리 대결해서 모두 거기서 최종 이긴 사람을 가려 장군으로 선발할 것이오. 하지만 패한 사람도 다시 훈련을 해서 실력이 뛰어나면 장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니 모두들 실제로 적과 싸운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라오. 처음 시합을 할 사람을 호명할터이니 앞으로 나오시오!... 박가순. 최순돌.....”

청년 둘이 나왔습니다. 곽재우 장군에게 예의를 표시하고 나서 서로 마주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둥! 하고 크게 한번 울리자 두 청년은 무서운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칼을 겨누었습니다. 잠시 서로를 탐색하는 매서운 눈매와 몸 동작이 이어지더니 칼날의 섬광이 번득이며 서로의 목을 겨누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습니다. 쨍그랑! 하는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으나 아직 승패는 나지 않았습니다. 칼을 쥔 두 사람의 손에서는 땀이 흐르고, 눈빛과 예리한 칼날이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숨가쁜 검투시합이었습니다.

야앗!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쨍그랑! 하

고 허공에 수차례 울려 퍼졌습니다. 두 사람은 비장한 각오로 입술을 한일 자로 굳게 다문 채 공격과 방어의 자세로 상대방의 허를 찌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무서운 눈빛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쨍그랑! 하고 칼날이 부딪쳤으나 무승부(無勝負)였습니다.

다시 야앗!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쨍그랑!

하고 허공에 울려 퍼졌습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 되었습니다. 검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나 막상막하로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습니다. 얏! 하는 기합소리가 허공을 가르면서 최순돌의 칼 끝이 상대방의 심장에 꽂히는 듯 겨누었습니다. 자기의 가슴에 최순돌의 칼 끝이 다가와 있음을 안 박가순은 힘을 잃고 손에 쥔 칼을 땅에 떨구었습니다.

만약 이 검투시합이 실전이라면 그의 가슴에는 칼날이 꽃혀 죽거나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을 것이었습니다. 이런 실전을 고려한다면 그는 패한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승패가 가려지자 천지가 진동하듯 와! 하는 군중들의 함성이 구름처럼 일어났습니다. 검투에 패한 박가순은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고, 승리한 최순돌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습니다. 다시 호명이 되었습니다.

“김차우 유빈모...”

청년 둘이 의젓한 자세로 나왔습니다. 두 청년은 곽재우 장군에게 예의를 표시한 후 허리를 굽혀 서로 상대에게 인사를 하고는 칼을 뽑아 들자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둥! 하고 울렸습니다. 두 청년은 날카롭고 매서운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칼을 겨누었습니다. 쨍그랑! 쨍그랑! 연신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번뜩이는 칼날의 섬광과 함께 허공에 울려 퍼졌습니다. 치열한 검투시합은 6합에 들어서면서 승패가 결정되었습니다.

패한 김차길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검투시합은 두 명씩 열 번을 거듭하여 열 명이 탈락되었고, 열 명의 예선을 거쳐 올라 온 승자는 다시 두 명씩 실력을 겨누어 다시 다섯 명의 패자가 달락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명의 승자가 장군으로 최종 선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창술시합이었습니다.

“박노강.. 노다사부로.....”

호명에 따라 박노강과 ‘노다사부로’가 나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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