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4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4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최 노인이 광차를 밀고 나간 다음 재성이도 광차를 세차게 밀고 올라 타 가파른 내리막 갱구 밖으로 달리며 가벼운 휘바람을 불었다. 가속이 붙은 광차는 신나게 레일을 타고 갱구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갱구가 가까워질수록 추위는 점점 심해졌다. 아득히 입구의 가리마 같은 구멍으로 환한 햇빛이 내다 보였다. 하루중에 이 때가 가장 마음 거뜬한 순간이었다. 그것도 이날 같이 저녁에 들어 왔다가 아침에 나가는 3번 교대의 싱싱한 아침 공기의 기분이 더욱 그러했다.

갱도 한 옆으로 얼음 밑을 뚫고 빠져나가는 배수로의 물소리가 요란스러웠다. 굴 어귀 콘크리트 천정 암반에는 고드름이 얼레 빗살같이 가지런히 매달렸다. 갱도 밖에 나서니 아침 햇살이 눈에 부시었다. 맑게 갠 푸른 하늘 아래 하얀 눈(雪)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등성이는 새하얀 줄을 또렷하게 금을 긋고 있었다.

재성이는 집에 와 있을지도 안 와 있을지도 모를 철도공안원 채용시험 합격 통지서를 머릿속에 떠 올리며 작업을 마치고 곧장 집을 향애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당에 들어선 재성이 앞에 배가 산더미만한 아내가 방문을 방싯열고 나와 남편에게 한 통의 편지를 건네 준다. 어제 낮에 읍내 우체부가 가지고 온 등기 편지라고 했다. 재성이는 옳지! 드디어 합격 통지서가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얼른 편지의 겉봉을 들여다 보았다. 철도청이라는 인쇄된 활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오는 순간 재성이는 그것이 합격통지서란 것을 깨달았다. 합격통지서가 아니라면 철도청에서 자기에게 편지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재성이는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었다. 생각한 것처럼 합격통지서였다. 이제 이놈의 광부 노릇을 면하게 됐구나! 이제 두더지 노릇 면하게 됐어! 재성이는 입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감격에 젖어 눈물까지 핑 돌았다. 아내가 알고 기뻐 어쩔줄을 몰라 한다. 하기야 남편이 새까만 작업복을 입고 두더지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늘 가슴이 아파 견딜수 없는 아내가 아니였던가? 남편의 성품으로 보더라도 이런 두메 산골에서 광부 노릇을 할 수 있는 그런 체질은 아니였다. 아내는 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합장하며 허리를 굽히고 절를 하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처님!”

하고 연신 굽신거린다. 그동안 남편이 이런 산골에서 광부 노릇을 면하게 해 달라고 마음 속에서 얼마나 빌고 염원했던가.. 그것이 이제야 성취되었기에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렇듯 감사해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재성이는 더욱 짜릿한 부부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두더지 노릇을 하고 살면서 한 번도 아내를 보듬어 안아 보지 못한 남편이었다. 게다가 정이 흘러 넘치는 아기자기한 대화 한 마디 나누지 못하고 살아온 사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내와 대화도 자주 갖고 아내의 등덜미도 두드려 주고 싶었다. 정말이지 사람이 사람답게정다운 부부애를 나누며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부부의 참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따라 아내가 더욱 예쁘고 귀엽게 보였다. 그동안 고생도 잘 참아 주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뱃속에 든 자기의 핏줄이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사람이 실다가 이런 경사도 있어야지.. 암, 있어야지! 있어야 하구 말구..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