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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재심청구' 권우상 作 (제1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재심청구' 권우상 作 (제1회)

 

                                               

                              재심청구(再審請求)

 

 

넓은 강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아직 시상식이 거행될 시각까지는 30여 분이 남았는 데도 사람들은 강당의 빈 좌석을 거의 다 메우고 있었다. 재성이는 오늘 아침 집을 나와 시상식장인 이 강당에 벌써부터 와 있었다. 이 강당 시상식에 참석할려고 나온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철도 종사원의 가족들이거나 친지들이 아니면 수상자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다 앉을 만한 삼 백석도 더 넘을 듯한 좌석이 종횡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는 앞 바른편 쪽에 일곱 개의 죄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는 수상자들이 앉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 수상자 좌석과 대등한 위치인 관객석 앞 좌편 쪽에 스물대 여섯 개 가량의 좌석이 특별히 흰 커버에 씌워진 채 가지런히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는 아마 정부의 고위 인사나 철도에 관계된 내외 귀빈들이 초청될 자리인 모양이었다.

 

재성이는 바같에서 서성거리다가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수상자들은 앞쪽에 마련된 수상자 좌석에 속히 착석해 달라는 말소리애 강당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수상자들은 재성이를 포함해서 모두 일곱 명이었다. 재성이는 일어서서 넓은 강당안을 휘 둘러 보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했다. 뒤쪽 벽에 서 있는 사람까지 합쳐서 사오백 명은 넉넉히 될 성싶었다. 재성이는 다시 자리에 앉아 앞을 바라 보았다. 마이크에서 약간 떨어진 단상에는 일곱 개의 상패가 하얀 은빛을 내며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저 상패 중 하나가 자기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재성이는 상패에서 눈을 돌려 그 위쪽을 바라보았다.

 

- 제23주년 철도의 날 기념 유공자 표창식 -

이라고 검은 붓글씨로 써붙인 하얀 현수막이 정면 벽에 나 붙어 있었다. 이 기쁜날에 아내와 어머니가 나오시지 못하다니... 재성이는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있는 걸 보고 나왔다. 아내마저 배가 만삭이 되어 밖에 나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다른 사람(수상자들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두 축하해 주려고 나왔는데.. 재성이는 그런 생각을 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솜뭉치같은 울음이 가슴으로 치받쳐 올라 왔다. 재성이는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그런 감정을 억제했다. 아무도 없이 혼자 나온 게 몹시 쓸쓸해졌다. 그러나 상(賞)을 받는다는 건 호뭇한 일이다. 축하객이 있고 없고 간에 재성이는 다소 위안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받게 된 상이라고 여겼다. 20여 년동안 뼈를 깍는 듯한 고통을 견디어 얻어진 결실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가슴이 벅차 올랐다. 조금전의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다.

 

이제 곧 거행될 시상식을 생각하면서 재성이는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신경이 마디가 굵은 손끝에만 가 있었다. 지금 재성이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단지 상(賞)을 받는다는 데 대한 감격에서라기 보다 자신의 정직한 성품과 근면함을 철도 당국에서 인정해 주었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서다. 이럭저럭 철도 공안원으로 근무해 온지도 벌써 20여 년이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철도 공안원으로 첫발을 딛어 이제 40대의 주름잡힌 얼굴에 땀방울이 방싯거리고 그 짙은 속눈섭에 덮인 커다란 눈이 한결 영롱해져 있었다.

 

재성이가 지금 앉아 있는 넓은 강당은 재성이가 철도 공안원으로 근무해 오면서 꼭 한번은 구경하리라고 벼르면서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철도청 특별 대강당이다. 이 강당은 정부(철도청)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초현대식으로 지는 건물인데 철도 당국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보통 때는 이 깅당을 구경할 수가 없는 아주 귀한 건물이었다. 이런 건물을 구경하게 된 재성이로서는 기쁨을 너머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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