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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9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9회>

 

 

                                             아라홍련의 전설

 

 

“대사님, 고맙습니다. 이제 기력도 회복했으니 떠날까 합니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을 봤나. 산에서 죽어가는 놈을 데려다 며칠동안 먹여 주고 재워주며 살려 놓았더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떠날까 합니다라니..”

“대사님, 살려주신 은혜는 고맙습니다만.”

“이놈, 배고프구나! 어서 가서 밥을 지어 오지 못할까?”

아랑은 할 수 없이 행장을 풀어 방에 놓고 부엌으로 들어가 밥을 지었다.

며칠이 지났다. 아랑은 다시 짐을 꾸려 암자를 떠나려 했으나 대사는 지난번처럼 화를 내며 아랑을 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일 년이 지났다. 모든 것을 포기한 아랑(兒朗)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생각마저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랑아!. 이놈 아랑아!”

“예, 대사님.”

아랑은 대사의 부름에 대답하며 옷매무새를 고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사(大師)는 아랑 앞에 조그마한 보자기 하나를 내놓으며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내일 떠나거라.”

“대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 너와 나의 인연은 다 되었으니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날이 밝는대로 짐을 꾸려 이 암자에서 떠나도록 해라. 그리고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아랑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대사의 말에 분명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이 보자기에는 말린 주먹밥 세 덩이와 호두 세 알이 들어 있다. 말린 주먹밥 세 덩이는 배가 고플 때 허기를 채우면 될 것이고 호두 세 알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한 알씩 잇빨로 깨물어라. 그러면 부처님께서 너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대사(大師)는 그렇게 말한 후 돌아 앉아 천천히 독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행장을 꾸린 아랑은 대사 앞에 큰 절을 올리자 대사는 마지막으로 산을 내려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길이 난 산모퉁이를 돌아 곧장 산길로 가다기 오른쪽 길을 끼고 걸어라. 그러면 아주 귀한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랑은 어깨에 바랑을 매고 대사의 말대로 산길을 걷다가 산모퉁이를 돌아 곧장 산길로 가다가 오른쪽 길을 끼고 걸으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실로 오랜만에 산을 내려 오는 것이었다. 산 중턱을 가로 질러 내려 오다가 아랑은 잠시 바위에 겉터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입춘이 지나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간헐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스쳐지나 갔다.

“으음...음.. 으음.. 무 물좀...”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아랑은 반사적으로 바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소리는 아랑이 앉아 있는 바위 뒤쪽 소나무 숲속에서 들려 왔다. 아랑은 발소리를 가만가만 죽여 소나무 숲속을 헤치고 들어 갔다. 거기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놀란 아랑은 급히 여인을 안아 부축하여 바로 눕힌 뒤 황급히 개울가로 달려가 양쪽 손으로 물을 떠다 여인의 입가에 가져 갔다. 여인은 목이 말랐는지 주는 대로 물을 받아 마셨다. 아랑은 암자에서 대사에게 받은 말린 주먹밥 세 덩이가 머리에 떠올라 어깨에 맨 바랑에서 한 덩이를 꺼내어 여인의 입속으로 집어 넣었다. 여인은 아랑이 입속에 넣어 주는 주먹 밥을 우물우물 조금씩 씹어 삼켰다.

신기하게도 주먹밥을 목안에 넘긴 여인은 금방 기운을 회복하더니 전신에 난 상처도 아물기 시작했다. 여인은 의식을 회복하고 상처에 흐르는 피는 물론 상처 자국도 깨끗하게 아물었다. 여인은 눈을 들어 아랑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눈을 휘둥그래 뜨며 소리쳤다.

“아! 그때 저의 집에 오신 그 분이군요.”

그 말에 아랑은 깜짝 놀라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산에 사냥을 갔다가 비가 쏟아져 찾아간 집에서 만나 하룻밤 정을 통한 그 여인이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오? 어떻게 피투성이가 된 채 여기에...”

여인은 자신의 이름은 홍련이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랑에게 말했다.

홍련의 남편 무달이 고자인지도 모르고 시집을 온 홍련은 과부처럼 외롭게 살았다. 그러다가 아랑을 만나 처음으로 통정(通情)을 하게 되었고, 이 일로 남편은 홍련을 백제의 장수집에 노비(奴婢)로 팔았다. 그곳에서 몇달동안 노비로 있다가 오늘 장수의 동생 집으로 첩살이를 가게 되었는데 마침 이 산을 넘어가다가 산적떼를 만나 일행들은 모두 죽고 자신은 칼에 맞아 소나무 숲속에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아랑은 홍련을 데리고 아라가야로 돌아가기 위해 소나무 숲속에서 나와 산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죽은 줄로만 말았던 장수의 동생이 백제 군사를 이끌고 산적들의 자취를 뛰쫓던 중 아랑과 홍련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아랑과 홍련을 산적과 같은 일당이라고 여겨 관가로 끌고 가서 옥방에 가두었다. 갑자기 옥방에 갇히게 된 아랑과 홍련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뜻밖에 만났는데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이렇게 갇히게 되었으니 그저 난감할 뿐이었다.

밤이 깊어 모두가 잠들었을 때 아랑은 암자에서 대사에게 받은 호두 세 알을 머리에 떠올렸다. 아랑은 품속에서 그중 하나를 꺼내어 입에 넣고 세차게 깨물자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옥문이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방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아랑과 홍련은 급히 그곳을 빠져나와 무작정 어둠속을 달렸다. 날이 밝을 때가 되어 작은 마을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말린 주먹밥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대체 여기가 어디쯤이오?”

"여기는 고구려와 접한 모한성이란 백제땅이오.“

아랑은 아직도 백제땅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고 마음이 초조했다.

 

<계속>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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