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의 막고굴
돈황을 떠나 인도로 가는
희뿌연 모래 먼지 길
그 옛날 무사귀환을 빌던 곳에서
잠시 뒤 돌아본다
거상의 꿈을 꾸며 떠나가는
비장한 마음들과
비단과 도자기를 싣고 따라가는
낙타의 긴 행렬
끝없이 이어지는 비단길
천 가지 소원이 가득하던
사막 속에 절은 언제부터인가
거친 모래바람 속에 묻혀
잊혀져 간다
아, 돈황의 막고굴 이여
오백 년 모래 속에 잠자던
막고굴 장경동의
보물 문서들
왕도사의 방생으로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은
신라에서
인도로
유럽까지
세상 밖의 실크로드 여행을 시작한다.
동백꽃
선운사 대웅전 뒤 숲으로
붉은 동백을 보러 가면
그대가 생각납니다.
푸르던 백련사 동백 숲
툭 툭 툭
목 잘려 떨어지던 동백꽃
철없어 순수했던 사랑,
그 사랑을 간직한 그대가
생각납니다.
-붉은 동백꽃의 비밀스런 사랑-
핏빛 동백이 활짝 필 때
그 사랑 만나러
동백 숲으로 갑니다.
그리고선 꽃술에다
가만가만 그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 날처럼
툭 툭 툭
떨어지며 핏빛 눈물 흘리는 동백꽃
이 붉은 동백 숲에서
당신과 나의 비밀스런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은 영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