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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5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5

 

 

            분노의 세월

 

 

이 밤중에 찾아와 고작 막걸리 한 사발인가 싶어 주모의 얼굴은 그리 반갑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손님이 시킨 것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주모는 남자의 행색을 살피며 앞 치마에 손을 닦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큼한 냄새가 풍기는 김치 두어 조각에다 막걸리 한 사발이 놓인 개다리 소반을 사내 앞에 털석 내려 놓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쭉 들이키고는 한 숨을 쉬며 밤 하늘을 쳐다보았다. 숱한 잔별들이 무리지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별처럼 찬란하고 아름다운 날들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인생은 일장춘몽이라고 하듯이 내 인생도 꿈은 아니었던가?’

남자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며 주모를 부르자 주모가 냉큼 나왔다. 남자는 술값을 치르고 나서 말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제일 잘 사는 집이 어느 집이오?”

주모는 또 한번 남자의 행색을 훑어보더니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큰 기와집을 손짓으로 가리키고는

저 집이오!”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뱉고는 남자가 고맙다는 인사도 하기 전에 등을 돌려 휑하니 부엌으로 사라졌다. 남자는 주모가 가르쳐 주는 부잣집을 찾아가 대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머슴인 듯한 젊은이가 대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누구시오?”

나는 길 가는 사람인데 이 집 주인 어르신을 좀 만나 뵙고 싶소.”

길 가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주인 어르신을 만나겠다는 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소이다.”

이유를 말해 보시오.”

직접 어르신을 뵈고 드려야 하오.”

잠시 기다려 보시오.”

젊은 머슴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나오며

들어 오시오!”

하자 남자는 젊은 머슴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 갔다. 나이가 쉰살 쯤 되는 주인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사내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만나자고 한거요?”

하자 남자는

나를 이 집 머슴으로 써주십사 하고 왔소이다.”

머슴이라?”

그렇소이다. 계속 흉년이 닥쳐 먹고 살기도 어려우니 저를 머슴으로 받아 주시오.”

주인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썩 내키지 않은 듯이 허락하였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남자는 벌떡 일어나 큰 절을 한번 납죽 올렸다. 그 날부터 남자는 그 부잣집의 머슴이 되었다. 이 집에는 머슴이 두 명 있었지만 농토가 많아 일은 무척 힘들었다. 동트기전부터 밤늦도록 남자는 죽어라고 일을 했지만 새경이라고는 몇 푼 되지도 않았다. 탐욕스러운 주인은 세끼 밥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한다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남자는 오장육부가 뒤집혀 지는 것 같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한 해가 지나고 여름이 되었다. 남자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머슴살이를 하느라 얼굴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삶이란 오늘은 이렇게 고달프지만 내일이나 모레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남자에게는 그런 희망이 쥐꼬리 만큼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얼굴에 생기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남자는 하루 종일 고달프게 일만 하면서 입을 꾹 다물고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다른 머슴들과도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다른 머슴들과 대화를 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면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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