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6부 설흔 두 번째회 (32)
천天. 지地. 인人. 명 命
“ 관상을 보니 그렇지가 않아 보이옵니다. 원래 관상이란 얼굴로 사람의 운명을 보기 때문에 미래운은 알수가 없으나 과거운은 알 수 있사옵니다. 과거에 높은 벼슬을 하신 것 같사온데 아니시라면 소인의 무뢰함을 용서하시옵소서 ”
하자 김경신은 마음속으로 잘 아는구나 하며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역술인이라면 해몽(解夢)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경신(金敬信)은
“ 우선 통성명을 하고 지냅시다. 성은 김(金)가요. 이름은 받들봉(奉)자 돌석(石)자 김봉석이라 하오 ”
김경신은 신분 노출을 꺼려 일부러 가명으로 대었다. 역술인 박규는
“ 소인은 박규라고 합지요 ”
“ 박규라... 잘 기억해 두리다 ”
“ 어인 일로 찾아오셨사옵니까 ? "
" 며칠전에 꿈을 꾸었는데 꿈이 하도 이상하여 꿈풀이를 할까하고 왔소이다. 사주팔자를 보는 역술인이라면 해몽도 할 것 같아 찾아 왔소이다 “
“ 어떤 꿈이 옵니까 ? ”
“ 사모를 벗고 갓을 쓰고 열두 줄 거문고를 끌어안고 천관사 우물로 들어가지 않았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꿈이 참으로 이상하단 말이오 ”
“ 천관사라면 서라벌 밖에 있는 절을 말씀하오이까 ? ”
하고 박규가 묻자 김경신은
“ 그렇소 ”
그러자 역술인 박규는 잠시 생각하다가
“ 꿈으로 보아 흉몽(凶夢)은 아닌 듯 싶사옵니다. 천관사는 대궐에서 보아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서쪽은 오생상 금(金)에 속하옵지요.. ”
김경신은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듣고만 있었다. 박규는
“ 흉몽이 아니라니 다행이구려. 그래 해몽을 해보시오 ”
“ 우선 해몽을 드리기 전에 사주팔자를 한번 보겠사옵니다. 꿈은 해석하기에 따라흉몽(凶夢)이 될 수도 있고 길몽(吉夢)이 될 수도 있사옵니다. 하오나 타고난 사주팔자(四柱八字)는 오르지 하나 밖에 대답을 드릴 수가 없사오니 먼저 사주팔자부터 본 후에 해몽을 드리겠사옵니다 “
“ 음. 그렇게 하시오 ”
김경신은 출생한 연. 월. 일. 시를 알려 주었다. 박규는
“ 그리고 한가지 당부의 말씀이 있사옵니다 ”
“ 말씀해 보시오 ”
“ 나으리께서 후일에 큰 자리에 오르시면 소인을 버리지 않고 딸자식 하나 있는 것도 잘 거두어 주실런지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약조를 해 주시옵소서. 그러면 해몽을 해 드리리다. 그리고 밖에 있는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멀리 물리쳐주시옵소서... 만일 천기를 누설하시면 소인은 물론 나으리도 목숨을 보존하기가 어렵사옵니다 ”
“ 큰 자리에 오르다니 어떤 자리를 말하오 ? ”
“ 그것은 사주명국을 보고 나서 말씀 드리겠사옵니다 ”
“ 허허. 그렇게 해몽이 중요하단 말이오. 그렇다면 그렇게 하기로 약조를 하리다 ”
그렇게 말하고 나서 방문을 열고 하인 천수에게 누구도 가까이 와서 엿듣지 못하도록 일러주었다. 김경신은
“ 이제 약조도 했고 밖에서 엿듣지 못하도록 사람을 물리쳤으니 말해 보시오 ”
“ 예 나으리. 그렇게 합지요. 해몽을 드리기전에 먼저 사주팔자부터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이왕 소인을 찾아오셨으니 확실하게 아시고 가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
“ 그야 그렇소 ”
역술인 박규는 벼루에 먹을 갈아 붓을 들고 종이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時 日 月 年 男
丁 丁 壬 戌 命
未 丑 戌 辰
金
火 火 水 土 奉
土 土 土 土 石
木 金 火 水
庫 庫 庫 庫
日干(일간) 丁火(정화)는 큰 불이다. 즉 태양(太陽)을 대신한 국왕을 상징한다. 이 사주명국(四柱命局)을 보니 왕이 될 팔자가 분명했다. 역술인 박규는 감짝 놀랐다. 박규는 일어나 김경신에게 큰 절을 납죽 올렸다.
“ 전하 ! 경하 드리옵니다. 전하를 알지 못하고 이 누추한 곳으로 소인을 찾도록 하여 송구스럽사옵니다. 용서하시옵소서.. 전하 !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