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KTN) 김도형 기자= 지난 3월 18일 구미시 선산의 한 원룸에서 23세인 여성 H씨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구미경찰서 추정, 본 사건이 카드빚과 채무관계로 인해 자살 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자살을 선택한 여성의 안타깝고도 절박했던 상황이 인면수심의 사기범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부모가 20세 나이에 일찍 결혼해 이혼한 탓에 의성 안계에 거주하는 조부모 밑에서 자라 고등학교를 마친 H씨는 구미시에 거주하는 아버지의 소개로 영동농협에서 근무 뒤 직장을 옮겨 선산 인근의 한 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를 했던 여성이다.
H씨 부친의 말에 따르면 2014년 영동농협에서 근무당시 알게된 L(28세)씨는 삼성화재보험 영업사원으로 아우디(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고 하며, 업무상 영동농협을 오가던 중 H씨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영동군 회동리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란 L씨는, H씨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창원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영동군에 있는 집은 2층 집이라며 집안에 재력이 있다는 식으로 거짓사실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개인적인 일로 사정이 있다는 이유를 대며 H씨에게 돈을 갚겠다며 상습적으로 돈을 빌렸다고 한다.
이후 H씨는 L씨가 자신과 같이 조부모 밑에서 자란 사실을 알고 동병상련의 정을 느껴 친분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물권사기 전과가 있는 L씨는 H씨가 지난해 구미시 회사로 옮긴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지난해 10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빌리기 위해 H씨에게 전화와 카톡문자를 보내왔다.
당시 L씨는 영동군청(군수 박세복) 임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군청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로 H씨에게 신뢰를 심어준 뒤 돈을 빌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물권사기죄 전과가 있는 L씨가 아무리 임시직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영동군청에 취직하게 됐는지 그 자초지종을 알기위해, 25일 영동군청 인사과에 문의했으나 알아본 뒤 연락을 준다는 답변 후 여태까지 감감무소식이다.
L씨는 여성의 가녀린 감성을 악용해 갖은 이유를 대며 2015년 10월 1일부터 금년 3월 8일까지 사기로 확인된 총 32차례에 걸친 송금으로 2,813만원의 돈을 가져갔다. 하지만 조사결과 H씨가 L씨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대출한 금액이 5,600만원에 달했고, L씨에게 송금한 전체 금액은 약 7천만 원으로 그 피해 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채를 비롯해 각종 빚을 졌다며 H씨에게 급박한 상황인 것처럼 얘기해 도움을 요청한 L씨는 자신이 필요한 돈을 융통하기 위해 H씨에게 사채와 다름없는 높은 이율의 제3금융권의 연대보증을 써게했고, 카드깡(불법 카드사용)과 같은 편법을 동원해 악랄하리만치 H씨에게서 돈을 착취해 간 사실이 증거물인 카톡 내용과 통장을 확인한 결과 모두 드러나 있다.
L씨는 고율의 사채에 시달리는 처지여서 H씨에게 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갖은 감언이설로 속여 H씨로부터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돈을 뜯어냈다.
본의 아니게 제3금융권으로부터 L씨가 책임져야 할 빚을 연대보증으로 채무 부담을 느끼고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돌파구를 찾지 못한 H씨는 지난 3월 18일 고민 끝에 자살을 선택하게 됐다. L씨가 돈을 빌려갈 때마다 갚겠다고 수차례 거짓말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H씨가 돈을 빌려 준 이유는 L씨가 빚을 다 청산하고 나면 바르게 살겠다는 말과 함께 차후 H씨를 위해 살겠노라고 혼인을 빙자한 달콤한 말들을 속삭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의 말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H씨의 부친은 딸 H씨를 어이없이 죽어가게 만든 L씨에 대해 지난 4월 10일 충북 영동경찰서(서장 황천성)에 형사고소 접수를 했지만, 공교롭게도 인사이동 시기여서 사건접수는 한달 째 보류됐다고 한다.
5월 사건을 맡은 영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J형사는 이 사건을 접한 뒤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악질사건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며, 현재 L씨의 사기사건을 조사 중이다.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L씨는 H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사기사건 외에도 5건의 인터넷사기 혐의도 발견됐다고 한다.
H씨 부친의 말에 따르면 H씨가 자살에 이르기 전까지도 L씨는 악랄하리만치 돈을 요구해왔고 H씨가 “배고프다, 돈이 없어 먹을 것이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도 깜짝하지 않은 채 현금서비스 카드 한도를 초과한 돈과 더불어 H씨의 원룸 보증금까지 착취해갔다고 한다. 또한 3월 18일 H씨가 죽기 전인 15일 월급 통장의 돈까지 빼내갔으리만치 L씨의 악랄함은 상식을 넘어설 정도였다.
H씨의 사건은 단순 채무관계에 얽혀 자살한 사건이 아닌, 믿었던 사람의 마음을 유린하여, 교묘히 상습적으로 돈을 착취함으로써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한 악질 범죄행위이며 H씨가 죽겠다고 암시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듭된 돈 요구를 할 정도로 범죄의 악랄성과 잔혹성이 뛰어났다.
L씨의 범죄행위가 잔혹한 이유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H씨가 자살함으로써 일말의 부채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H씨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H씨의 부친은 본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해 6월 3일 영동경찰서와 통화했지만 첫 진술 이후에 L씨가 출석하지 않아 수사는 진척이 없었고, 6월 말 경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25일 H씨의 부친이 영동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한 달이 다 지나도록 사기범은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지만 체포영장이 발부가 되지 않은 상태며 인터넷사기 5건이 추가 발견되어 계속 사건 조사 중에 있다는 말만 되돌아 왔을 뿐이다.
H씨의 부친은 구속수사가 되 야만 하는 악랄한 범죄자에 대한 미온적인 수사를 하는 영동경찰서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유통신문 영남총괄본부장 김도형> flower_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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