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1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조선 영조대왕(英祖大王) 때였다. 이조(吏曹)의 젊은 양반 이랑(吏郞) 하나가 이조 판서의 집으로 찾아가서 판서 대감에게 진정을 했다. 진정 내용은 서리(書吏)로 있는 장돌복(張乭福)은 양반 이랑을 희롱(戱弄)하기로 유명한 사람인 데다가 성격이 거칠고 제 멋대로 행동하여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니 이런 사람과는 한 곳에서 일할 수 없어 여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진정을 받은 판서 대감은
“ 나도 장돌복이란 사람이 힘이 세고 성격이 거칠고 놀기를 좋아하는 서리(書吏)란 말을 일찍이 들은바 있으니 내 불러다 타일러 보겠으니 그리 알고 물러가 있거라 ”
하고 진정을 한 이랑(吏郞)을 돌려 보냈다. 판서 대감은 협객(俠客) 기질이 있는 서리(書吏) 장돌복을 불렀다. 판서 대감은 장돌복을 자기 앞에 부복(俯伏)하게 한 후 이렇게 물었다.
“ 니가 서리(書吏)로 있는 장돌복이냐 ? ”
“ 그렇습니다 ”
“ 그런데 너는 양반 이랑을 희롱하기로 유명하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 ”
“ 소인은 일개 상놈 서리입니다. 이런 놈이 언감생심(焉敢生心) 양반 이랑님을 희 롱하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말은 필시 소인을 미워하는 이랑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아니다. 니 놈이 양반 이랑을 협작질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다.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해 보아라 ”
그러자 장돌복은 새삼스레 용기를 내어 서슴치 않고 대답했다.
“ 대감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인이 양반 이랑님 중에서 나이가 어리고 특히 얼굴이 잘 생긴 한 이랑님의 등을 쓰다듬으며 ‘나도 아들을 낳으면 이런 아들을 낳아야겠다’고 농담 삼아 한 일이 있었습니다 ”
판서 대감은 새삼스럽게 정색을 하고는
“ 그런 말은 평교간(平交間)에도 있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너는 그 말을 잘 한 것으로 생각하느냐 ? ”
“ 소인이 상놈 서리란 것을 십분 생각하였더라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랑님의 얼굴이 어찌나 잘 생겼든지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감께서는 이것을 문제 삼으시니 상놈 눈에는 예쁜 것이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 예쁜 것을 예쁘다고 한 것을 양반을 모욕한 것으로 단정하시고 소인을 책망하신다면 소인은 이 자리에서 참수를 받고 말겠습니다 ”
장돌복은 그렇게 말하고 칼로 베라는 듯이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 다루기가 쉽지 않는 판서 대감은 속으로 이 놈이 협객(俠客)은 협객이구나 생각하면서 장돌복의 말을 한 때의 실언(失言)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 너의 말대로 농담 삼아 한 것으로 알겠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말을 조심해서 하여라 ! 너는 비록 농담으로 한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은 진담으로 들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말을 하여라. 이 참에 한가지 더 덧붙혀서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옛부터 남자는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했다 ”
“ 그 세 가지가 뭣입니까 ? ”
“ 첫째는 입을 조심해야 하고, 둘째는 손을 조심해야 하고, 셋째는 좆대가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했다. 입을 조심하라고 한 것은 말을 조심하되 가려서 하라는 뜻이요, 손을 조심하라는 것은 화투패를 손에 쥐고 노름을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요, 좆대가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인지 잘 생각해 보거라 ”
하고 타 이른 후 돌아가게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