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2)
글 : 권우상
어느 마을에 부부의 정이 깊어 한낮에도 자주 부부가 방에 들어가 성관계를 하곤 했다. 따뜻한 봄날, 남편이 점심을 먹고 한잠 자고 나자 춘정이 샘솟듯 하여 아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모두 벗기고 황홀한 기분으로 누워 속살을 맞대고 즐겼다. 이때 부인도 대낮에 열정을 불태우니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깊은 흥분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목구멍 안에서 흘러 나왔다. 두 사람은 어느새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혼돈 상태에서 한 몸이 되어 녹아내려 있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 저녁밥을 지을 때가 되었다.
밖에서 일하던 여종이 부부가 즐기는 소리를 듣고는 문밖에 서서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저녁밥 지을 쌀을 얼마나 해야 할지 물어 보려고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도무지 끝날 것 같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밥이 늦어져 야단맞을 것이 두려워 어쩔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가만히 마나님을 불렀다. “마님! 죄송합니다. 저녁밥 쌀을 얼마나 할까요?” 한창 꼭대기를 향해 숨가쁘게 달리고 있던 부인은 이와같은 여종의 물음에 자기의 황홀한 감정과 신음 소리가 범벅이 되어 다음과 같은 소리를 냈다. “오, 오, 오∼오승∼” 5승(五升), 즉 다섯 되라고 한다는 것이, 남편이 틈을 주지 않고 끌어 올리는 흥분에 도저히 말끝을 끊을 수가 없어서 감탄 소리에 맞춰 그렇게 길게 끌리는 말로 대답한 것이었다.
여종은 이 소리를 5, 5, 5∼5승으로 알아듣고 제 딴엔 최고의 지능을 발휘해 계산한다는 것이 5승에 또 5승이니 10승, 그리고 5∼5승은 25이니 합하면 35승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 말 다섯 되의 많은 쌀로 저녁밥을 지어 놓았다. 저녁밥이 다 되고도 한참 후에야 부부가 일어나 옷을 입고 나왔다. 부인은 여종이 지어 놓은 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애야! 저녁밥을 왜 이렇게 많이 지어 놓았느냐?” 이렇게 말하면서 여종을 심하게 꾸짖자 여종은 분명히 마님이 말한대로 밥을 지었다고 대답했다. “마님! 제가 물어보았을 때에 오, 오, 오∼오승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5승에 또 5승, 그리고 5∼5는 25이니 모두 합하면 35승이 아닙니까. 조금도 틀리지 않게 잘 맞추어 밥을 지은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요 멍청한 것아! 그런 상황에서는 네가 짐작해서 잘 알아 들어야지 어찌 그런 황홀한 분위기에서 올바르게 똑 떨어지는 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이냐. 이 답답한 것아! 너도 훗날 시집가서 남편과 경험해 봐라. 이 바보 같은 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