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중편소설 = 천강홍의장군 <6>
천강홍의장군
곽재우(郭再佑)의 나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곽재우는 아홉 살 때부터 남다른 장난을 즐겨하여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곽월 : 郭越)가 의주(義州) 목사를 지낼 때였습니다. 곽재우는 방에서 혼자 큰 벼룩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곽재우는 벼룩을 잡으려고 문갑 위에 꽂힌 송곳을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함부로 장판을 내리 찍었습니다. 온 방안을 헤매며 벼룩을 잡으려고 했지만 벼룩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침 집에 하인이 들어 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련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꾸지람을 들을 줄
모르십니까?”
하며 송곳을 빼앗고는 벌집처럼 뚫어 놓은 장판을 보고 자기가 큰 죄를 지은 듯이 벌벌 떨었습니다. 곽재우는 다시 달려들어 송곳을 빼앗아 들더니 아랫목 벽에 달라붙은 벼룩을 힘껏 내리쳤습니다.
“옳지 이놈이 여기 있구나!”
그러나 벼룩은 또 펄쩍 뛰어 달아났습니다. 하인은 이제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우두커니 서서 곽재우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 구석 저 구석 무릎팍 걸음으로 한참을 쫓아 다니다가 끝내 송곳에 벼룩을 꿰
어 들고 하인에게 내보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퇴청한 곽재우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서 이를 보자 하인은 바깥 툇마루에 넙죽 엎드렸습니다.
“대감 나으리 황송하옵니다!”
“왜 그러는가?”
“도련님께서 송곳으로 장판을 송곳으로 찔러 성한 곳이 없사옵니다.”
“왜 그랬는가? ”
곽재우 아버지는 저으기 놀랐습니다.
“벼룩을 잡느라고 그랬사옵니다.”
“뭐 벼룩?”
“예. 그렇사옵니다.”
“그래. 잡기는 했나?”
“기어코 잡았사옵니다.”
“그럼 됐지 뭘 그래.”
“장판이 하도....”
“그거야 다시 깔면 될게 아닌가! 그래 재우는 어디 갔는가?”
“방에서 글씨 씁니다.”
곽재우 아버지(곽월)가 문을 열고 방을 들어다 보니 장판이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이 벌집처럼 구멍 투성이었습니다. 어린아이 식견으로는 너무나 엄청난 짓이라 곽재우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고 나갔습니다. 무우씨(蕪種子) 한 말을 가져 오라해서 곽재우에게 다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이 모두 몇 알인지 내가 다시 올 때까지 틀림없이 다 세어 놓아라!”
엄격한 아버지의 명령이라 세다가 못 세더라도 온종일 세어 보기는 해야 할 것이지만 곽재우는 아주 천하태평이었습니다. 무씨를 집어 팽개치고 막대기를 들고 장난만 하고 있었습니다. 방안에 어머니(강씨)는 물론 하인들은 여간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말씀은 조금도 듣지 않고 한 말은 커녕 한 웅큼도 세어 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 일을 어찌나 하고 모두들 걱정이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