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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5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5회)

 

 

                                                      재심청구(再審請求)

 

 

하나님시여!.. 저의 결백을 알아 주시옵소서....재성이는 마음 속에서 기도하고 바랄뿐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재판은 재성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자기편이 되어야 할 동료 공안원들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재성이가 소매치기와 연루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평소부터 뇌물을 받지 않는 탓으로 재성이를 증오해 왔기 때문이었다. 재성이가 이처럼 동료 공안원들에게까지 미움을 받은 것은 박인구 씨가 직접 건낸 뇌물을 거부하면서 더욱 미움을 사게 되었던 것이다. 언제인가 재성이는 동료 공안원에게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소매치기와 결탁하지 않는 자신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엎지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가 없다. 재판 결과 재성이는 검찰이 구형한 대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를 한다 해도 자기의 억울함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이나 증인이 없으니 승부는 뻔한 노릇이었다.

그대로 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지만 현실의 모순에 세상을 원망할 수 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혹여 이러한 모순에 투쟁이란 한낮 어린아이의 장난질이거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재성이로서는 그런 어린아이 장난같은 이길 수 없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재성이는 눈물과 슬픔을 가슴에 한아름 안은 채 ‘직무유기와 뇌물수수’란 죄명으로 교도소에 수감 되고 말았다. 이 눈물나고 고통스러운 세월동안 재성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억울함이 민주주의 정의에 얼마나 위배 되고 있는 지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달았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차라리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면 공산주의 국가가 더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물론 이러한 민주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정의와 공정함이 전제 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3년 6개월이란 감옥 안에서 재성이는 죽음과 고통의 삶을 견디어 이 세월동안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재성이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앞서 또 하나의 살점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듯한 고통을 당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재성이의 아내 윤 씨였다.

윤 씨는 남편이 억울하게 징역살이를 하게 되어 생활 터전이 막히자 남편을 대신하여 직업 전선에 나섰다. 시어머니와 다섯 명의 자식을 벌어 먹이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과일장사, 채소장사, 떡장사, 생선장사 등 별아별 장사를 다 했다. 그야말로 해 보지 않는 장사가 없었다.

더구나 남편이 공무원으로써 부정한 짓을 하여 교도소에서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이웃 아낙네들의 멸시와 증오의 눈길은 더욱더 매섭고 차가웠다. 이웃 사람들은 윤 씨를 보면 마치 불결한 오물처럼 고개를 돌려 피하곤 했다. 장사하는 욱체적 고통보다 더한 정신적 고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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