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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11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11회>

 

                아라홍련의 전설

 

두 사람은 백제의 국경을 넘어 아라가야의 성(城)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성은 고구려군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멀리 언덕위에서 그 모습을 본 아랑과 홍련은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마지막 호두를 깨물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홍련은 아랑의 손을 꼭 잡았다. 아랑은 바랑에서 마지막 남은 호두를 꺼내 깨물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호두가 입속에서 깨졌다. 다음 순간 우뢰와 같은 소리와 함께 산위의 바위들이 한꺼번에 굴러 내려 성을 포위하고 있던 고구려 군사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굴러 떨어지는 바위에 맞아 고구려 군사들은 순식간에 전멸을 당했다. 성안에서 지원군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라가야 군사들은 뜻밖의 일에 놀라 하늘이 도운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성(城)을 지키던 장수는 이를 이상히 여겨 비위가 굴러 떨어진 산으로 군사들을 보냈다. 군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랑과 홍련을 데리고 왔다. 장수는 아랑과 홍련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물었다.

“산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진 것이 너희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이냐?”

아랑과 홍련은 지금까지 겪은 일을 장수에게 모두 말했다. 아랑의 말이 계속되는 동안 홍련은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랑의 말을 다 들은 장수는 두 사람을 극진히 대접했다. 얼마후 아랑과 홍련의 일은 가실왕(嘉悉王)에게 보고 되었다. 이미 아랑의 아버지가 역모를 꾀한 것이 모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터였기에 가실왕은 아랑을 다시 왕족에 복원시켰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아랑은 홍련과 곧 혼례식을 올릴 참이었다.

그런데 가실왕은 홍련을 보자 미색에 반해 홍련을 첩실로 삼을려고 했다. 그러나 홍련은 이미 아랑과 깊은 관계를 맺었고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사실상 아랑을 남편으로 섬기고 있었기에 가실왕의 명령을 따를 수가 없었다. 가실왕의 첩실이 되는 것보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서로 사랑하고 살아온 아랑과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었던 것이다. 가실왕은 대궐 마당에 형구(形具)를 차려 홍련을 묶어 놓고 호통을 치듯 말했다.

“다시 한번 묻겠다. 내 명령을 끝까지 거역할 것이냐?”

“저는 이미 서방님이 있는 몸이 온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차라리 죽음으로써 서방님에 대한 정절을 지키겠습니다.”

홍련의 말에 크게 분노한 가실왕은 신하로 하여금 홍련을 참형에 처하도록 했다. 홍련이 죽자 아랑은 가실왕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고구려군이 침공했을 때 아라가야를 위해 고구려군을 물리치게 한 자신에게 이렇게 대하다니 아랑의 가슴속에는 가실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 더 이상 가실왕에게 충성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아랑은 머리를 깎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홍련을 잊을 수가 없어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흠모하며 살았다.

 

방어산은 푸른 숲으로 뒤덮어 있었다. 계곡에서는 흐르는 맑은 물은 산 아래로 내려가 광려천과 합세하여 도항(아라가야의 도읍지)을 거쳐 금관가야(김해)을 지나 낙동강 끝자락에 닿아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절경에 자리잡은 봉황사 마당은 중추절 둥근 달이 대낯같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하늘에서 봉황새가 날라와 앉았던 터에 사찰을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조금전 이 사찰 법당 앞 마당에서 탑돌이를 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남아서 탑(塔)을 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아랑(兒朗)은 더욱 정성을 쏟아 한 바퀴 두 바퀴 탑을 돌았다. 가끔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 식혀 줄 사방은 적막 속에 빠져 있었다. 둥근 보름달이 중천에 이르자 그나마 남아서 탑을 돌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마당에는 아랑(兒郞) 혼자 남게 되었다.

아랑은 한 바뀌만 더 돌고 법당에 들어가 예불을 올릴 생각을 하고 합장한 두 손에 더욱 공을 들여 걸음을 옮길 때였다. 어디선가 희미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젊은 여자가 탑 주위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얼굴은 어디선가 본 듯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밤중이었지만 환한 달빛 아래 어렴풋이 드러난 여자의 얼굴은 배꽃같이 곱고 예뻤다. 순간 아랑은 화들짝 놀랐다. 저승으로 간 홍련의 얼굴을 너무나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죽은 홍련이 살아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아랑은 아마 홍련과 닮은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온통 그 여자에게로 집중되었다.

‘어디에 사는 뉘 집 아녀자일까.. 한 눈에 보기에도 백옥같이 곱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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