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10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10회>

 

 

                          아라홍련의 전설

 

 

더구나 낯선 사람이 온 것을 수상히 여긴 마을 사람들이 두 사람을 고구려의 첩자들이 아닌가 의심을 하여 관가에 고발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백제의 군사들이 창검을 들이대며 아랑과 홍련의 앞 길을 가로 막았다.

“너희들은 고구려의 첩자들이 아니냐?”

“그게 무슨 말이오. 고구려 첩자라니..”

“첩자들이 아니라면 여기가 어딘지 왜 묻고 다니느냐? 대답을 해 보거라.”

“우리들은 수년전에 고구려에 잡혀 갔다가 겨우 살아서 도망쳐 오는 길이오.”

“거짓말 하지마라. 그 말에 속아 넘어갈 줄 아느냐.”

군사들은 아랑과 홍련의 양팔을 잡아 끌었다.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던 중 아랑의 품속에 있던 작은 보자기가 땅에 떨어졌다.

“이게 무엇이냐?”

“이리 주시오. 그건 함부로 할 물건이 아니오.”

“함부로 할 물건이 아니라니.. 더욱 수상하구나.”

군사들은 보따리를 풀었다. 아랑의 보따리 안에 든 말린 주먹밥과 호두를 본 군사들은 비아냥거리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이것이 함부로 할 물건이 아니란 것이냐?”

군사는 호두 하나를 잇발로 깨어 입속으로 날름 집어 넣었다. 그러자 호두를 삼킨 군사는 으윽! 하며 배를 움켜쥐고 땅에 쓰러졌다. 다른 군사들이 땅에 쓰러진 군사를 부축하는 동안 아랑과 홍련은 그곳에서 도망쳤다. 이제는 첩자로 몰리고 군사까지 죽였으니 두 사람은 백제 땅에 머물 수가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은 그 길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만이 안심하고 살 수 있었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말린 주먹밥 두 덩이와 호두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요?”

홍련의 말에 아랑은 막막할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당장 목숨을 이어갈 곡식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편조차 없었다. 아랑은 홍련을 데리고 아라가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아라가야로 돌아가기 위해 커다란 절벽에 접한 계곡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피잉! 하며 말 울음소리와 함께 군사 한 사람이 말과 함께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놀란 아랑과 홍련은 급히 군사를 부축하여 말린 주먹밥을 입에 넣어 먹였다. 군사는 잠시후 신음소리를 내며 살아났다.

“무슨 일이오?”

“큰일 났소, 나는 고구려에 파견되었던 아라가야의 첩자로서 며칠전부터 고구려군의 움직임이 수상하여 은밀히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고구려군 5백 명이 아라가야에 몰래 잠입하였소. 이를 알릴려고 달려오는 중이었소.”

아랑과 홍련은 놀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를 좀 도와 주시오. 빨리 성에 계신 장수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하오.”

아랑은 남은 주먹밥을 즉시 말에게 먹었다. 주먹밥을 먹은 말은 신통하게도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울었다. 군사는 놀라 아랑과 홍련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오나 살려 주셔서 고맙소. 이 은혜는 꼭 갚으리다.”

군사는 말을 타고 서둘러 아라가야의 성(城)을 향해 달렸다. 그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랑은 마음속으로 뜨겁게 치솟는 고구려에 대한 적개심을 느꼈다.

“홍련! 우리 아라가야가 위급한데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 또한 미력하나마 고구려군과 싸워 이 한 목숨 아라가야에 바치겠습니다.”

“장하십니다! 아랑님이 전쟁에 나가시면 저는 어찌합니까?”

홍련의 눈에 맑은 이슬이 방글방글 맺혔다.

“고구려군을 물리치고 나서 돌아와 혼례를 치루겠오.”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