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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한국과 폴란드의 닮은 아픈 역사

 

 

칼럼

 

 

                    한국과 폴란드의 닮은 아픈 역사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러시아가 우크라니아를 침공하여 두 나라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가 전쟁의 여파를 우려하면서 전차 등 한국산 전투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의 방산업계에 활기를 불러 넣고 있다. 한국과 폴란드의 인연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는 닮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에 일본은 조선을 통해 대륙문화를 받아 들였다. 조선이 일본의 스승이었는데, 먼 뒷날에 재빨리 근대화한 일본이 조선을 예속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실제로 일본은 러~일전쟁 뒤에 한일합방을 단행하여 두 나라 사이에 비참한 역사를 만들었다. 러시아의 경우도 ‘모든 것은 폴란드로부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서쪽의 게르만 문화가 동쪽의 러시아에 전달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폴란드는 통일 국가로서의 역사가 10세기에 시작되었으니 14세기에 겨우 러시아인 출신의 왕을 가진 러시아 보다 국가로서의 역사가 오래이다. 더구나 서양의 중세에 이미 높은 문화를 이룩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식민지가 된 폴란드인은 민족적 자부심에서도 러시아인을 경멸했다. 이처럼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폴란드는 러시아의 식민지’라는 다소 닮은 역사가 있다. 러시아는 일본과 전쟁을 하면서 많은 폴란드 장정들은 강제로 징집하여 극동의 만주 전선에서 일본군에게 쓰러져 가고 있었다. 여기에서 폴란드인이 반러(反露) 감정이 분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한국인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징집되거나 징용되어 억울하게 죽어 갔던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인의 반일(反日) 감정이 분출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가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니아를 침략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인과 폴란드인은 민족의 자긍심도 매우 닮았다. 명작 중에 ‘등대지기’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조국을 떠나 평생을 타국 만리에서 방랑하다가 노년에 귀국한 폴란드 노인이 주인공이다. 노인은 만년에야 조국에 와서 안식을 느끼된 것은 모국어와의 뜨거운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인은 어느 섬의 등대지기가 되어 정착한다. 식량과 식수가 없어 한 달에 한번씩 오는 보급선을 기다린다. 노인은 기력이 쇠진해 있다. 외로운 섬에서 파도소리만 그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해줄 뿐이다. 어느 날 보급선이 나타나 식량과 식수를 건네주고는 뜻밖에 소포 하나를 준다. 노인에게는 처음 받는 선물이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소포를 풀자 거기엔 폴란드어로 씌어진 몇 권의 책이 있다. 노인은 책장을 넘기며 심장이 멎는 듯한 감동을 느끼며 오열을 터뜨린다.

 

어린 시절에 듣던 어머니의 나직한 말소리가 책갈피에서 들려온다. 노인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노인은 책갈피에 얼굴을 파묻고 황홀한 꿈속에 잠겨들면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난다. ‘등대지기’는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폴란드의 통곡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에 대한 애정, 그것은 조국에 대한 애정이다. 모국어로 된 책을 읽는 동안 노인의 가슴 속에서 강렬하게 샘솟았던 것도 조국에 대한 애정이다. 막연하기만 했던 조국에 대한 애정이 모국어 속에서 다시 살아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핀 것이다. 모국어를 지키는 일은 민족 또는 국가 존립의 핵심이다. 일본과 미국에는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지만 생활상은 일본과 미국이 현저하게 다르다. 일본에 사는 동포 숫자는 미국의 동포보다도 훨씬 많지만 한국어 신문이나 한국어 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재일동포 2,3세들은 간단한 한국말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재미동포는 재일동포와는 다르다. 뉴욕의 번화가인 맨하튼에는 한국어 책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대형서점이 있고 한국어 일간지도 발행되고 있다. 재일동포는 모두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억지로 끌려간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찾기가 힘들다. 어느 국가보다 민족 차별이 심한 일본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핍박과 수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재미동포는 모두 자의적으로 미국 이민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을 모국으로 하는 미국 시민들로서 정서적으로 한국이라는 뿌리는 굳게 움켜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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