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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겐자에몬'과 '무사시' 어디가 다른가?

 

 

 

칼럼

 

 

             ‘겐자에몬’과 ‘무사시’ 어디가 다른가?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일본 교토에서 유명한 요시오카 무사 가문의 수장 겐자에몬은 매우 이상한 결투를신청 받았다. 최고의 검객인 겐자에몬에게 무명의 무사가 검투를 신청해 온 것이다. 검투를 신청해 온 무사는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21살의 청년이 겐자에몬에게 검투를 하자고 한 것이다. 겐자에몬은 자신이 유명한 무사라고 우쭐해지면서 신청을 수락했다. 한 사람이 겐자에몬에게 물었다.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겐자에몬은 자신감 넘치는 듯 대답했다. “분명히 내가 이길 것입니다. 이름도 없는 시골뜨기에게 내가 질리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무사시에게 물었다. “겐자에몬은 유명한 검객인데 이길 수 있습니까?”

 

 

무사시가 대답했다. “물론 내가 지겠지요. 그러나 싸움이란 해보지 않는 상대끼리는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도 겐자에몬과 싸우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겐자에몬이 어떤 기술이 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래서 겐자에몬을 이길려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겐자에몬과 싸워 봄으로써 그가 어떤 기술과 역량이 있는지 알기 위해 도전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겐자에몬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매우 우쭐해졌다. 시간이 되어 겐자에몬은 검투장에 나왔다. 그러나 무사시는 보이지 않았다. 겐자에몬은 무사시가 겁을 먹고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사시가 조금 늦게 나타났다.

 

 

그런데 무사시는 허리를 굽혀 짚신 끈을 고쳐 매면서 시간을 끌었다. 관객들이 보기에도 무사시는 이미 싸울 기세가 꺾었다고 생각했다. 시간 늦게 나온데다가 짚신 끈을 고쳐 매자 겐자에몬은 짜증난 얼굴로 빨리 촌뜨시 같은 무사시를 해 치우고 싶었다. 성질이 급한 겐자에몬은 칼을 뽑아 들고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지르며 무사시 앞으로 달려 들었다. 하지만 무사시는 느긋한 표정으로 겐자에몬의 칼을 살짝 받아 넘겼다. 겐자에몬의 두 번째 칼이 무사시에게 날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상대편의 이마를 베었지만 겐자에몬의 흰 머리띠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 반면 무사시의 흰 머리때는 그대로였다. 칼이 약간 머리띠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 상처는 없었다.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보자 화가 난 겐자에몬은 세 번째 공격을 했지만 무사시의 칼에 머리를 심하게 맞아 붉은 피를 쏟으며 의식을 잃는 채 쓰러지고 말았다. 무사시의 완승이었다. 무사시에게 패한 겐자에몬은 그후 몸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심한 상처와 자신의 패배가 수치스러워 검술의 세계를 떠나 스님으로 여생을 보냈다. 무사가 결투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죽음 또는 공개적인 망신을 뜻한다. 죽거나 아니면 평생 불구가 되기 때문이다. 훗날 미야모토 무사시는 자신의 병법서에서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울 때에는 상대를 이성을 잃게 만들어 감정을 돋우게 하고, 자신은 이성으로 싸우라고 했다. 감정에는 반드시 헛점이 있으니 이 헛점을 공격하면 이긴다고 것이다. 무사시가 검투에서 비참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육체적 강인함, 더 뛰어난 검, 완벽한 기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안목, 그리고 싸움의 묘수 등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무사시는 상대방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어 감정을 유발시키고 결투에서 밀어내는 능력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상대방이 머리띠 같이 엉뚱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교묘한 덫을 놓았고, 시합할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의 화를 돋구면서 싸울 시간과 집중도를 철저히 머릿속에 담아 놓았던 것이다. 특히 상대가 성질이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은 늑장을 부리면서 상대의 감정을 돋구게 하는 것도 싸움의 묘수 중에 하나이다. 이성으로 싸우지 않고 감정으로 싸우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무사시는 잘 알고 있었다. 무사시의 이런 전략은 특히 연설을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수행해야 하는 라이벌에게 효과가 있다. 겉으로는 결백한 행동이 상대편에게 좌절감, 분노, 성급함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상대의 비전을 흐려놓는 것은 싸움에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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