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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3부 제66회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3부 제66회

 

 

다라국의 후예들

 

 

 

 

그런 지극한 정성에 부처님과 산신령도 감복했는지 아내에게 태기가 있더니 열 달 후에 아들을 낳았다.

“그집 마나님의 정성이 지극하더니 역시 아들을 낳는 복을 받았구만.”

그런 말을 하며 이웃 사람들도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평생 원하던 아들을 낳은 후에 산후 건강이 나빠서 한달 보름이나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허어 이럴 수가 있나..아들을 낳아 좋아 했더니 죽다니 사람의 화복은 알 수 없군.”

이웃 사람들은 전과 반대로 인생의 무상함을 슬프해 주었다. 이제 부친은 당연히 후처를 얻어서 어린 아들을 길러야 할 형편이었으나 그러지 않고 유모에게 맡겨서 길렀다. 그렇게 귀여워 하던 아들이 5살이 되어서 내년쯤은 독선생을 두고 글을 가르치려고 한 살 더 먹기만을 기다리던 부친은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자리에 눕게 되었다. 유명한 의원에게 보이고 값비싼 약을 써도 회복되지 않더니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부친은 이미 아내가 있을 때 시집 보낸 딸을 불러 남매를 병석 앞에 앉히고 유언을 했다. 그 자리에는 의원도 있었고, 문병을 온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죽거던 너희들 남매는 사이좋게 지내다오. 그런데 내가 남기고 가는 집안 재산은..”

유산 상속을 말하려고 하자 시집 간 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딸자식이라고 섭섭하게 하면 아무리 위독한 부친이라도 몰아부칠 기세였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부친은 이런 유언을 했다.

“이 집과 전답과 빌려준 돈은 전부 너에게 준다. 그리고 네 동생에겐.....”

딸도 이외였지만 동석했던 의원과 친구들은 이 사람이 병 때문에 정신이 돌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재산상속권을 주장해야 할 아들은 아직 5살 어린이라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빨리 밖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놀고 싶어 엉덩이만 들썩거리고 있었다.

“네 동생에겐...갓 한 개, 두루마기 한 벌, 미투리신 한 켤레, 백지 한 권만 주겠다...”

집과 전답과 현금을 모두 딸에게 주었으니 더 값진 재산도 없겠지만 아들에게 이렇게 너절한 물건을 지목해 주는 것이 동석한 사람들은 더욱 이상스러웠다. 그러나 동석했던 사람들로서는 참견하거나 그것이 무슨 뜻인지 물어 볼 수가 없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만일의 경우엔 말씀대로 하겠지만 왜 돌아가실 것처럼 그런 말씀을 하셔요. 이번에 지은 약을 드시면 분명히 일어나실텐데...”

이 욕심쟁이 딸은 자기에게 전재산을 물려 주는 부친이 고맙다는 생각보다도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죽기를 은근히 바랐다. 그러나 동석한 사람들 앞이라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 마치 효녀다운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런 유언이 있은 후 사흘이 지나 부친은 세상을 떠났다. 완전히 고아가 된 남동생은 누이가 시집간 집에 데려다 길렀다. 물론 부친이 남긴 큰 재산은 딸이 혼자 몽땅 차지해 버렸다. 그런 큰 재산을 물러받고서도 어린 동생을 돌보지 않을 수 없는 세상 체면 때문에 동생을 맡은 누이의 박대로 동생은 눈칫밥을 얻어 먹는 처지였는데 그나마 동생이 12살이 되자 매정한 누이는 어린 동생을 쫓아냈다.

“남자 나이 열 두 살이라면 호패를 찰 나이다. 이젠 다 큰 사람인데 출가 외인이 된 남과 다름없는 이 집 신세를 져서야 되겠나. 나도 친정 동생 데려다 기른다는 눈치가 보여서 괴롭구나. 그러니 이제 네 갈 대로 가거라. 더 이상 너를 돌봐 줄 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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