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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5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5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그런데 김천으로 징 일을 다니는 의붓삼촌들에게는 성씨 다른 아들이 하나 있었다. 이 성씨 다른 아들도 강범구 씨와 똑 같은 처지로 최씨 집안에 들어와 의붓삼촌을 따라 김천金泉으로 징 일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전국에서 최고로 알려진 경남 함양 징의 큰 맥을 이룬 오덕수 씨였다.

당시 오덕수 씨는 김천의 어느 징점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의붓삼촌의 일을 돕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도 타고난 끼를 어쩔 수 없었던지 어깨너머로 밤낮 징 일을 익히는데 몰두했다. 이렇게 배운 징 일은 타고난 그의 소질을 발휘하며 눈에 띄게 발전해 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강범구 씨는 20대 후반에 징 작업의 최고 기술자인 대정이가 되어 서하西下로 징점을 차려 나오게 되었다.

그후 서하(西下 : 지명)의 징점은 다시 서상(西上 : 지명)과 꽃부리(지명)에서 점차 규모를 키워가며 그 일대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의붓삼촌이 일하던 징점에서 잔심부름꾼으로 있던 강범구 씨는 오덕수 씨가 꽃뿌리로 징점을 옮겨옴에 따라 그곳으로 가서 잔일을 돕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강범구 씨는 일하는 사이 틈틈이 쉬지 않고 징 만드는 일을 익혀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오덕수 씨는 강범구 씨를 불렀다. 강범구 씨의 거동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지 강범구 씨에게 재주가 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징 만드는 일을 배워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이 어찌나 반갑고 기뻤던지 그 날로 당장 징 일꾼들 옆에 끼어 앉아 징 만드는 일을 배우가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강범구 씨는 본격적으로 징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덕수 씨 밑에서 징 만드는 일을 배워 설흔 둘 나이에 징 제작의 최고 장인인 대정이가 된 강범구 씨는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서 징점을 경영하다가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징 제작이 사양길에 접어 들자 징점을 닫고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징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미련에 대한 이끌림을 참지 못하고 다시 함양으로 돌아와 지금의 징점인 경남 거창군 거창읍 학리 학동에 자리잡고 앉았다. 딸들은 모두 다 출가시키고 벙어리인 외아들과 함께 징을 제작하고 있으면서 대정이의 최고 기술을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자기가 만든 징과 아들이 만든 징을 두드려 보고 소리가 확실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아들에게 말과 손짓으로 일깨워 준 강범구 씨는 아들과 함께 산을 내려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날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징 만드는 일을 다시 가르쳤다. 쇠를 달구기 위해 화덕의 불을 지피는 풀무부터 시작하여 센메, 전메, 앞메의 순으로 일을 가르쳤다. 이러한 징 만드는 일련의 작업이 거듭되었지만 자기의 도움 없이는 아들 스스로 손수 만든 징에서는 징다운 소리가 나지 않으니 강범구 씨로서는 무척 답답하기만 하였다.

더 쎄게 뚜드리라.. 더 쎄게.. ..”

불에 달구어진 쇠가 식기전에 빨리 두드려야 하기 때문에 강범구 씨는 마음이 몹시 초조하여 말과 손짓으로 다구쳤다. 종달이는 작은 체구에 몸 동작이 빠른 편이라 아버지의 성화에 망치를 잡은 손놀림은 빨라졌다. 옷을 벗은 가슴 팍에서 흘러내린 땀이 이제는 사타구니를 거쳐 불알에까지 축축하게 흘러 내렸다. 순간 강범구 씨는 갑자기 아들이 불쌍해졌다.

남들은 모두 농촌을 떠나 버렸는데 유독 내 아들만 이렇게 농촌에 붙들어 놓고 돈벌이도 되지 않는 징 만드는 일을 꼭 시켜야 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아들이 아니면 아무도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조금전 아들에 대한 가련한 생각이 조금은 사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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