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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명작소설 = 위대한 승리 제10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위대한 승리 제10

 

 

위대한 승리

 

그러나 사출좌석은 메이커의 선전대로 멋지게 작동돼 내 몸은 좌석에서 분리됐다. 낙하산 줄이 힘차게 빠져나가자 낚아채듯이 패러슈트가 퍼졌고 그 순간 등줄기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활짝 펴진 낙하산은 대단히 아름답게 보였지만 나는 우선 육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발밑으로 눈을 돌렸다. 홍하紅河로부터 적(월맹군)의 경비정, 대형화물선, 쟝크선이 몰려오고 있는 것을 본 나는 다시 포로가 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제발 포로가 되는 일만은 면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했다. 이때만큼 하나님에게 매달리고 싶은 때도 일찍이 없었다.

(월맹군)의 몰려드는 선박에 못박혀진 나의 시계視界 안으로 콜세어와 팬텀기가 날아와 적(월맹군)을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잠시나마 상쾌해졌다. 나의 전우가 모두가 귀환하지 않고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연료도 다 떨어져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공포와 SAM을 피해 가면서 나를 잡을려고 접근하는 적(월맹군) 선박을 쫓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낙하산에 매달린 자신을 고독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생각했던 나는 전우들의 소중한 존재를 알고는 큰 용기를 얻었다. 기운을 차린 나는 조난용 휴대무전기를 갖고 있는 것이 생각났다. 최후의 교신 수단이 있는 것이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곧 그 곳에 도착합니다. 오바..”

라고 SAM(수식 및 구조) 팀의 답변이 들려왔다. 됐다! 기쁨에 넘쳐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날 최대의 마음 든든함을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수백 피트 앞에서 안광휘 대위가 낙하산에 매달려 미친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자기의 건재함을 표시하고 있었다. 내가 자기를 보았다고 느끼자 이번에는 두 팔을 새처럼 날개를 폈다. 나도 그처럼 두 팔로 날개짓을 했다.

나와 안광휘 대위는 천천히 땅으로 하강下降해 갔다. 이제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나는 집안 일이 떠올라 출전出戰 전에 이혼을 제의해 온 아내의 편지를 생각했다. 만약 여기에서 적(월맹군)의 포로가 되면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될 것인지를 생각했다. 포로가 됐을 경우 정신적인 의지가 되는 것은 하나님과 아내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라는 것을 이따금씩 들어 왔으나 지금 나에게는 그 중 어느 하나도 없었다.

이혼을 제의한 아내의 일을 생각하고 나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아내에게도 버림받고 내 조국에게도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조국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면 오늘 나는 미국이라고 하는 남의 나라 군대와 목숨을 걸고 싸울 리가 없었다는 생각에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 나는 더욱 눈물어린 슬픔이 북받쳤다. 감정이 흐트려져 내 인생 자체가 휴지처럼 구겨져 엉망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안의 일이었고 내가 구출된다면 인생을 다시 한번 멋지게 고쳐서 열심히 살겠다고 결심했다. 생각이 현실로 돌아오자 바로 눈앞에 처한 어려움에 마음이 집중됐다. 몇 피트 길이의 줄에 매달려 있는 구명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낙하산에 매달린 나의 몸은 시계추처럼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흔들림이 극에 달하자 패러슈트의 한쪽 모퉁이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낙하산 하강 경험이 없는 나는 패러슈트가 영겨서 그대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해면상海面上 6미터에서 구명대를 내려다 보면서 낙하산을 분리시켰다. 따뜻한 흙탕물이 내 복부腹部를 강하게 때렸다. 더러운 물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필사적으로 버둥대며 수면상으로 나왔다. 겨우 홍하紅河의 하구 부근에 착수한 것이었다. 구명대의 줄을 당기고 있으려니 바로 옆에 무엇인가 떠 있었다. 그것은 상류에서 떠 내려온 월맹군의 시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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