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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 미녀 노아 제1부 제12회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1부 제12

 

미녀 노아



하하하하.. 그대의 말을 들고 보니 참으로 재미가 있구만.”

하지만 기()와 운()은 평생의 동반자와 같고 친한 벗과도 같아 이를 오운육기(五運六氣)라고 하는데 기()가 부족하면 운()이 도와주고 운()이 부족하면 기()가 도와주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태어날 때 기()가 부족하면 하인(下人)으로 태어나지만 만약 내일이라도 운()이 좋으면 하인도 상인도 될 수 있고 주인 노릇도 하면서 하인을 거느리며 살 수 있습니다. 지금 부사 나으리께서 보시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나으리께서는 기()를 잘 타고나 한 고을을 다스리는 부사가 된 것입니다. 하오나 만일 기()를 좀 더 잘 타고 났다면 더 높은 벼슬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내 사주팔자를 한번 봐 주시오.”

 

 

 

나는 벼슬아치들의 사주팔자나 보려 다니는 사람이 아니니 지금 내가 말씀드린 것이나 마음에 잘 담아 두기 바라오. 나으리의 관상을 보면 정승이 될 그릇은 되지 못하나 참판 정도는 될 터이니 혹여 한양으로 영전 되어 가실 운이 앞에 놓이거던 조금전에 소인이 한 말을 유념하시구려.”

하하하...듣고 보니 그대야 말로 참으로 대단한 역술가인 듯 싶소. 과연 내가 참판이 될런지 어디 두고 봅시다.”

조금만 더 말씀드리도 되겠습니까?”

 

 

 

말씀해 보시오.”

()이란 천지(天地) 윤회(輪回)와 같습니다. 천지(天地)가 돌지 않으면 아침에 해(太陽)가 뜰 수도 없고 저녁에 해가 기울 수도 없는 법이며 오늘이 있을 수 없으며 내일이 있을 수 없으며 부사 나으리와 소인이 여기에 이렇게 앉아 있을 수도 없습니다. ()와 운()이 돌지 않으면 어린아기는 평생 갓난아기와 같아 크지도 못할 것이지만 기()와 운()이 돌았기 때문에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해서 인간사대운(人間事大運)은 돌고 도는 것이며, 세상사(世上事) 모든 것도 낳고 크고 죽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이치(理致)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고을은 음기(陰氣)가 매우 강하여 좋은 터가 아닙니다. ()은 여자로 보기 때문에 여자로 인해 한 바탕 시끄러운 일이 생길 것입니다. 꽃이 너무 아름다우면 벌과 나비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모여 들기 때문이지요.”

“.........”

모든 인간사는 각자 타고난 사주팔자 대로 사는 것이며 또한 명운(命運)에 따라 생()과 멸()이 결정되는 것이니 인간의 힘으로 명운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니 팔자가 좋으면 좋은 대로 살고, 나쁘면 나쁜대로 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며 인간사(人間事)입니다.”

 

 

그 말을 남긴 후 역술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흘연히 떠났다.

한편 웃개마을에 사는 고씨(高氏)는 나이가 스물이 되자 첫 딸을 출산하였다. 남편은 딸 이름을 노아(盧兒)라고 지었다. 딸이 태어난지 일년이 겨우 지난 후였다. 고씨는 딸이 깊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잠을 깨울 요량으로 제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러나 딸의 얼굴은 이미 사색으로 변해 있었고, 전신이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고씨는 혼비백산 해서 넋을 잃고 말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고 예쁜 딸을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하루 아침에 잃어 버린단 말인가? 간밤에 별다른 아픈 징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무슨 연유로 세상을 버렸다는 말인가? 고씨는 당장 통곡이라도 하고 싶으나 곧 마음을 지그시 누르고 평정을 되찾았다. 연로하신 시어머니가 아직 잠에서 일어나지 않는 탓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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