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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 미녀 노아 제1부 제8회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1부 제8

 

미녀 노아

그런데 어느날 노아는 이름도 모르는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장춘사에 찾아와 부처님에게 지극 정성으로 기도를 드렸다. 이를 안 무염스님이 병의 치료를 위해 기도하던 중 새 한 마리가 유난히 지저귀는 곳이 있어 가보니, 땅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신기하게 여긴 무염스님이 그곳을 지팡이로 찔러보니 물이 솟아났는데, 그 물을 노아에게 먹였더니 병이 깨끗이 완치되었다. 이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자 장춘사는 기도 도량으로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2

 

 

여름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천문역술(天文易術)과 풍수지리(風水地理)에 달통한 삿갓을 푹 눌러 쓴 역술객(易述客)이 여항산(餘航山) 봉우리가 바라보이는 좌촌 고을을 지나가다가 잠시 함안 부사가 거주하는 관아(官衙)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 보고는 긴 한숨을 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허허, 이럴 수가...()은 없고 음()만 있는 이런 터에 사람이 살다니 이걸 어이할꼬.. 쯧쯧쯧..”

 

역술객은 혀를 껄껄 찼다. 이때 마침 함안 부사 정항(鄭恒)이 관아로 들어서다가 이 말을 듣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는 역술객에게 물었다.

이보시오!”

역술객은 뒤돌아서 대답했다.

왜 그러시오?”

부사 정항(鄭恒)은 말했다.

 

 

()은 없고 음()만 있는 터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역술객은 말했다.

본시 세상 만물은 음양(陰陽) 작배의 순리가 있는 법이라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법이오. 그래서 양과 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이곳 지세(地勢)를 보니 양()은 없고 음()만 있으니 이곳은 사람이 거주할 데가 아니오.”

 

그러면서 사람이 사는 것도 양기(陽氣)인 남자와 음기(陰氣)인 여자가 서로 혼례 작배를 하여 사는 것이 이치이고, 동물이나 하찮은 미물을 보더라도 암놈과 숫놈이 부둥껴안고 어울려서 서로 애정을 나누며 교미(交尾)를 하고 살아야 대대손손 종족을 이어가는 법이니 세상 삼라만상(森羅萬象)은 다 그러한 음양(陰陽)의 이치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곳 지세(地勢)를 보니 음()만 있는 음기지상(陰氣之象)이라 이 고을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절세의 미녀가 태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부사 정항(鄭恒)은 어느 미친 걸객(乞客)이 괜히 해 보는 소리라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별로 관심이 없어 관아에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동헌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역술객이 한 말이 새삼 마음에 다가왔다.

이곳 지세(地勢)를 보니 음()만 있는 음기지상(陰氣之象)이라 이 고을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절세의 미녀가 태어날 것이오..’

라고 한 말이었다.

 

 

부사 정항은 이방(吏方)을 불러 급히 밖으로 나가 역술객을 찾아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방이 밖에 나가보니 벌써 어디로 갔는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이방은 말을 타고 멀리까지 가보았으나 역술객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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