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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4부 스물 네 번째회 (24)



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4부 스물 네 번째회 (24)

 

. . .

 

 

 

 팽만수(彭萬洙)는 가까운 동네만을 다람쥐 채 바뀌 돌 듯 뱅뱅 돌면서 바께쓰야 팔리든 말든 이렇게 소리치며 다녔다.

천하에 죽일 놈 ! 양바가지 사려.. 천하에 몹쓸 놈 바께쓰 사려 ! 신랑 신부를 죽이고 불을 지른 놈 양바가지 사려.....”

이렇게 떠들고 다녔지만 바께쓰는 한 개도 팔리지 않았고 바께쓰를 보자는 사람도 없었다. 그것도 먼 동네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 집을 중심으로 해서 가까운 동네만을 돌고 있으니 팔릴 까닭이 없었다.

허어. 저 사람이 미쳤나 보다 ! ”

미치지 않고서야 저러고 다닐 까닭이 없지... ”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팽만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흉을 보았다. 그러나 팽만수(彭萬洙)는 개의치 않고

천하에 죽일 놈 ! 양바가지 사려.. 천하에 몹쓸 놈 바께쓰 사려 ! 신랑 신부를 죽이고 불을 지른 놈 양바가지 사려... ”

하면서 다녔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동네 어귀에서 어느 젊은이를 만났다. 젊은이는 팽만수에게 말했다.

저와 이야기를 좀 합시다

이야기라니요 ? ”

잠깐이면 되니까요... ”

그렇게 말하고 젊은이는 팽만수를 가까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술상을 내 놓으며 술을 권했다.

자 한잔 하시오 ! ”

팽만수는 술을 한 사발 마시자 젊은이는

저는 박기철(朴器鐵)이라는 사람입니다. 노형께서 매일 죽일 놈 몹쓸 놈 하고 욕하시는 박기철 올시다. 노형께서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더 이상 숨겨서야 뭘 하겠소. 이제 노형도 그만큼 나를 욕하셨으면 불이 나서 놀라신 노형의 울분이 조금은 가라앉았을 것이고 노형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짐작하고 있소...”

그렇게 말하고 나서 주머니에서 엽전 꾸러미를 꺼내 놓으며

이 돈 백 냥을 받아 가지고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주시오. 부탁이오

박기철은 이렇게 말하며 애원을 했다. 모든 것을 팽만수는 알고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었다. 팽만수는 입을 열었다.

미안하오 ! 박형이 정 그러시다면 지금부터 장사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겠소. 하지만 그 돈은 받을 까닭이 없으니 안받겠소

받을 까닭이 없다니요 ? 이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도 있습니까 ? ”

돈도 돈 나름이요. 구린내가 나는 돈을 어찌 받겠소

구린내라니요 ? ”

돈 백냥으로 사건을 땅에 묻어 둘려는 박형의 행동이 틀려서 하는 말이오. 더구나 그 돈을 받았다가 후환이 생기면 내 입장만 난처해 질 것이 아니오 ? ”

후환(後患)이라 ? ”

그렇소. 만일 내가 박형에게 돈 백 냥을 받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 갔다고 합시다. 그 후 박형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나는 돈을 받고 범인을 알고도 관가에 이실직고 하지 않는 죄로 벌을 받을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돈은 받지 않고 오늘부터 이 장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 가겠소

팽만수는 돈을 사냥하고 박기춘의 집을 나섰다. 팽만수는 마음이 매우 흡족했다. 무엇보다도 자기의 추리가 맞아서 범인을 찾아 주인댁에 보답할 수 있게 된 것이 몹시 기뻤다. 역시 자기는 한낱 꾀로써 부잣집 박첨지의 딸에게 장가를 든 것이 아니었던가. 어깨가 으쓱해진 팽만수는 그 길로 관가에 찾아가 원님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천하에 흉악한 범인 박기철은 원님의 명령을 받고 잡으려 나온 포졸들에게 묶여 관가로 끌려 갔다. 박기철(朴器鐵)이가 자백한 살인과 방화 동기는 이렇다.

박기춘은 원래 농사짓기를 싫어하여 항상 투전판을 찾아 다니며 소일하고 돈이 생기면 술과 여자로 탕진해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길가에서 자기가 죽인 그 처녀를 처음 만났다. 첫눈에 그 처녀에게 반하자 그때부터 그 처녀의 사랑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박기춘은 여러 차례 매파를 시켜 청혼을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거절을 당했다. 무남독녀 외동딸을 가진 부잣집 늙은 내외는 투전판이나 돌아다니는 망나니 박기춘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청혼을 거절한 이유였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번 거절을 당하자 박기춘은 화가 났고 드디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팽만수가 힘써 준 덕택으로 범인을 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댁에서는 팽만수(彭萬洙)를 고맙게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 어른은 팽만수를 집으로 불렀다.

범인을 잡아 주어 정말 고맙소.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법인을 찾아 다니느라 장사도 못했을 터이니 조금이나마 보답을 할까 하오

하고는 팽만수 앞에 돈 백 냥을 내놓았다.

팽만수의 지혜가 아니었더라면 사람들이 깊은 잠에서 빨리 깨어날 수 없었고 더구나 바께쓰가 아니었더라면 물을 쉽게 퍼와 불을 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팽만수의 기지(奇智)와 노력이 아니었더라면 박기철이라는 흉악한 범인을 영영 잡지 못하고 사건은 영원히 땅에 묻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주인 내외는 팽만수가 친자식이 되어 같이 살아주기를 간청했다. 하지만 팽만수(彭萬洙)는 거절했다. 그리고 돈 백 냥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금은 보화를 가득 실어 주는 당나귀는 사양하지 않았다. 꿈에 본 그 당나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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