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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3부 열 세 번째회 (13)




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3부 열 세 번째회 (13)

 

    천. . .

 

 

지금 좌평의 식솔은 몇 명이오 ? ”

손자 손녀를 합해 열 일곱입니다

지금 거느리고 있는 식솔이 열 일곱이라 했소 ? ”

그러합니다

열 일곱이 많다고 생각하시오 적다고 생각하시오 ? ”

그러자 성충은 잠시 말을 못했다. 많다고 해야 할지 적다고 해야 할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자왕은

왜 말을 하지 않으시오 ? ”

많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 ”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였소 ? ”

그렇습니다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좌평의 생각이 아니겠소. 지금 우리 조정 대신들 중에는 식솔들이 대여섯 명 밖에 안되는 신하들이 수두룩 하오. 그런데 열 일곱이 많다고 생각되지 않다니 그것은 사람마다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겠소

“...............? ! .....”

 

 

 

지금 우리 백제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요. 그것은 지금까지 신라와의 전쟁에서 잘 보여 주었소. 고구려는 우리나라 보다 땅도 넓고 군사력도 막강한 나라요. 그것은 당나라가 3만의 군사로서도 고구려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사실에서도 잘 말해 주고 있소. 이런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는 우리 나라요. 고구려가 우리 나라와 동맹을 맺은 것은 고구려가 우리 나라를 막강한 군대를 가진 나라라고 보기 때문이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의 궁궐에 식솔이 3천 명쯤 있다고 해서 무어가 그리 해롭소 ? 집에 식솔이 많은 것은 그 집에 자손이 번창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대궐에 식솔이 많다는 것은 그 나라가 번창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소

 

 

성충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허지만 어차피 말은 하고 넘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 성충은 이번에는 화제를 돌렸다.

폐하 ! 옛부터 남자는 세 가지를 멀리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세 가지가 무엇이오 ? ”

첫째는 여자를 멀리 하라고 하였고 둘째는 술을 멀리 하라고 하였고 셋째는...”

셋째는 무엇이오 ? ”

“ .............”

셋째는 무엇이오 ? 왜 말이 없소 ? ”

셋째는.....”

성충은 차마 셋째를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의자왕은 버럭 화를 내며

어찌 말이 없소 ? 셋째가 무엇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 ”

 

 

 

성충은 할 수 없이 말했다.

그것은 식견이옵니다

식견 ? ”

그렇습니다. 남이 하는 말에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식견이 없다 그 말이오 ? ”

그것이 아니오라... ”

그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오 ? ”

의자왕의 분노가 하늘에 닿았다. 성충이 남의 말에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라고 한 것은 간신(奸臣)의 말이 옳고 그른지를 잘 구별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의자왕은 이 말을 자신에게는 소견이 없다고 하는 말로 이해를 하였다. 여기에서 의자왕은 크게 진노한 것이었다. 결국 의자왕은 자신이 식견이 부족하여 술을 마시고 많은 여자(궁녀)들을 데리고 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네가 정녕 나를 능멸하려고 하느냐 ?

능멸이 아니옵니다

듣기 싫다 ! 나를 능멸하는 자는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 ”

의자왕은 진노하여 성충을 옥에 가두어 버렸다. 그 뒤로 충직한 신하들은 감히 간언을 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왕에게 아량을 떨고 아첨하는 간신들만 득실거렸다. 성충은 식음을 전폐하고 옥에서 갇혀서 의자왕에게 전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하면서 몇가지 충고를 하였으나 의자왕은 듣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궁녀들과 어울려 술과 향락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이 무렵 백제(百濟)에서는 여러가지 소문들이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방방곳곳에 나돌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의자왕 19년 봄 2월에는 여우 떼가 대궐에 들어 왔는데 흰 여우 한 마리가 상좌평(벼슬)의 책상에 올라 앉아 있었고, 여름 4월에는 태자궁에서 암탉이 참새와 교미 하였다. 5월에는 경도(사비) 서남쪽 사비하에서 큰 물고기가 나와 죽었는데 길이가 어른 팔로 세 발이었다. 8월에는 여자 시체가 생초진에 떠내려 왔는데 길이가 18척이나 되었고, 9월에는 대궐 뜰에 있는 홰나무가 사람이 통곡하는 소리처럼 울었으며, 밤에는 귀신의 곡소리가 들렸다. 의자왕 20년 봄 2월에는 경도(사비)의 우물이 핏빛으로 변했고, 서해 조그만 물고기들이 나와 죽었는데 백성들이 다 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사비하(백강)의 물이 핏빛처럼 붉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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