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다섯 번째회 (75) <마지막회>
봉이 김선달
그러나 십여 차례가 넘은 후부터는 적이 마음이 놓였다. 모두 거짓으로 곤장을 치는 것으로 알았기에 지금은 긴장은 커녕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태연한 모습이었다. 이렇다 보니 도리어 우습게만 보였다.
“ 야앗! ”
하는 소리와 함께 사령이 쏜살같이 또 달려 들었다. 이번에도 거짓인 줄 알고 태연하게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곤장은 무섭게 볼기짝을 파고 들었다. 그것도 똑바로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 아이구 으흐흐흐흐.. 나 죽네 으흐흐흐흐... ”
태연하게 있다가 매를 맞고 난 관인官人 유시원兪時源은 벌떡 일어나 악을 쓰며몸을 일으키자마자 겸연쩍은 웃음을 웃으면서 몸을 비틀거렸다. 그러다가 몇 발자국 뒷둥거리며 걷다가 푹 꼬꾸라졌다. 그리고는 죽고 말았다. 이것은 방심放心한 관인의 항문으로 치받쳐 내리치는 곤장 바람이 들어가 간경肝經에까지 미쳐 결국 웃다가 죽은 것이다. 초조했던 최상부崔尙夫의 얼굴은 비로소 풀어졌다. 봉이 김선달의 얼굴에는 말 없는 웃음이 흘러 내렸다. 관인官人 유시원兪時源의 머리를 잘라 관가官家의 문루門樓에 높이 달고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자 관인들의 행패에 억눌렸던 백성들의 환호성이 거리마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 와아! 우리 수원부사 최고다! 지금까지 어느 부사府使도 못하던 일을 우리 최부사가 해냈다. 우리 최부사 제일이다 ! 곤장 한 대에 명줄을 끊어 놓다니.. 최부사 만세! 최부사 만세! ”
이 소리를 듣자 봉이 김선달은 싱글벙글 웃음이 나왔다. 이 모두가 자기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였던가... 김선달의 입에서는 통쾌한 웃음을 와락 쏟아졌다.
“ 허허허헛... ”
“ 허허허헛...”
최상부의 입에서도 시원한 물줄기 같은 웃음이 흘러 나왔다. 관인官人 유시원兪時源이가 죽었다는 보고를 받은 조정과 현륭원顯隆園에서는 곤장 한 대를 맞고 죽을 수 없다면서 매우 의아스럽게 여겨 진상 파악에 나섰다. 조사단을 구성하여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여러가지 정황을 면밀히 조사해 보았으나
“ 곤장 한 대를 때렸더니 그만 운명하였더이다! "
하는 촤상부崔尙夫의 말이 틀림 없었던 것으로 확인 되었다. 왕王은 수원부사 최상부에게 아무런 책교責敎도 내리지 않았다. 왕의 명령대로 곤장 한 대를 때렸을 뿐이었다. 현륭원의 관인官人 유시원兪時源의 머리가 관가官家의 문루門樓에 높이 매달린 후부터는 현륭원 관인들의 행패는 씻은 듯이 사라졌고, 이를 계기로 수 많은 거리의 무뢰한無賴漢들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 모두가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수원부사水原府使 최상부崔尙夫도 새삼 봉이 김선달의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해 혀를 내둘렀다. 악한 무리들에게는 무서운 본보기가 제일이겠지만 그 보다도 착한 백성들이 비로소 마음을 놓고 쪼들린 얼굴이나마 웃음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으니 백성들의 어버이라는 칭송을 들은 수원부사 최상부崔尙夫의 덕德을 받드는 함성은 방방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최상부崔尙夫가 이런 칭송을 받게 된 데에는 그의 뒤에는 봉이 김선달이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채.....
이 일로 젊은 사령은 후한 상賞을 받았고 이때부터 수원부사 최상부崔尙夫의 명성名聲은 백성들의 가슴에 서서히 각인刻印되어 갔다. 수원부사 최상부崔尙夫와 김선달金先達은 코가 비틀어지도록 밤새도록 술을 마신 후 이튿날 아침 일찍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청노새 위에 올라 앉아 짤랑짤랑 말방울을 울리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평양平壤을 향해 길을 떠났다. 떠날 때 최상부崔尙夫는 선물로 국화주 두 병과 여비旅費를 하라면서 돈 백 냥을 김선달金先達에게 주었다. 봉이 鳳伊 김선달金先達의 기본 좋은 얼굴에는 웃음꽃이 함박 피어 있었다.
(大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