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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육십 여덟 번째회 (68)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육십 여덟 번째회 (68)

 

 

봉이 김선달

 

 

봉이 김선달이가 아니면 누가 저런 걸 만들 생각이나 했겠나... ”

그러게 말이네. 천하의 재주꾼 봉이 김선달이야말로 하늘이 우르러 볼 사람이지...”

저런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면 벼슬이라도 한 자리 해 먹을 법도 한데 어찌해서 벼슬을 안하는지 모르겠구만...”

그야 벼슬아치들이 온통 썩어 있으니 하기 싫은 게지... ”

그런데 강물을 퍼 올린 저수지 물을 혼자 쓸라나...”

그러기 말이야 그게 궁금하구만... ”

이런 말을 듣자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물을 담아 둘 이 저수지를 만들느라 돈이 많이 들었소. 그리고 이 물자애로 말할 것 같으면 여러 해 동안 연구에 열중 하느라 고생이 많아 등골이 휘어질뻔 했소. 그러니 이 물자애로 퍼 올린 물로 농사를 지을려면 물 값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소

그러면 물 값이 얼마나 되우? ”

물을 저울에 달 수도 없고 대충 눈으로 봐서 한 마지기 정도의 논에서 벼가 자라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물을 대줄려면 일년에 이 백냥 정도는 받아야겠소

하더니 눈 앞에 보이는 두 마지기쯤 되어 보이는 논을 가리키며

저 논으로 말하면 두 마지기 쯤 되어 보이니 일년에 사용하는 물 값은 사 백냥 정도는 받아야 하오

그러고 보니 적게 받는 것은 아니구만... 하지만 땅을 파서 우물처럼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강물이란 본시 저절로 흐르는 것인데 강물을 퍼 올려 팔다니..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구만... ”

안되면 물을 쓰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이건 강물을 팔아먹는 것이 아닌가 말이여

맞아.. 이건 강물을 팔어 먹는 것이구만....”

그렇구만.. 결국 강물을 팔아먹는 것과 진배가 없지...”

이 저수지 공사를 하느라 품삯이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 갔는데 나도 이 저수지에 빠져 들어 간 돈은 건져 올려야 할 것이 아니오. 그리고 이 물자애를 만드느라 쏟아부은 노력과 목공비도 받아야 할 것이 아니오

그렇긴 하지만 돈을 받고 강물을 팔다니....”

안쓰자지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돈을 주고 쓰자니 억울하고 이거야 원... ”

농사를 짓는 백성들은 4년이 되어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살리기 위해서는 봉이 김선달에게 돈을 주고 물을 사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었다. 비록 저절로 흐르는 강물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노력과 연구로 발명한 <물자애>로 공짜로 강물을 퍼 달라고 한다는 것도 물이 필요한 농민에게는 염치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농사는 지어야겠고 울며 겨자먹는 격으로 농부들은 봉이 김선달에게 물 값을 주고 논에 물을 대었다.

그리고 물값으로 받은 돈의 일부는 평양 감사에게 뇌물로 건너갔다. 이렇게 되자 대동강 물을 공급 받아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는 대동강 주변의 농부들은 돈을 주고 강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원성怨聲이 날로 높아갔다. 농부들은 평양 감사에게 진정을 했지만 평양 감사의 답변은 개인이 연구한 농기구(물자애)로 강물을 퍼 올리는 것이니 물 값을 내는 것은 당연하며 이 농기구(물자애)는 봉이 김선달(金先達)이가 연구 개발한 발명품이니 그 누구도 이런 농기구를 만들어서는 안되고 만일 똑 같은 농기구(물자애)를 만들어 사용하면 남의 발명품을 모방한 죄로 곤장을 치거나 감옥에 가두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자 그 누구도 이러한 평양 감사의 명령을 어기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마음 속으로 강물을 팔아 먹는 봉이 김선달이가 얄미울 뿐이었다.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여러 명의 하인下人들을 두고 대동강大洞江 물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벌어 일약 갑부甲富가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평양 감사라는 막강한 권력과 박광서朴光書라는 재벌財閥 총수가 뒤를 봐 주고 있으니 누구 한 사람 와서 강물을 팔아 먹는다고 가타부타 말썽을 부리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의 말로 표현하면 권력과 재벌의 힘으로 막대한 치부를 한 셈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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