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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네 번째회 (54)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네 번째회 (54)

 

 

 

봉이 김선달

 

 

 

도대체 왜 날 이처럼 괴롭히시오? ”

하는 김선달의 말에 나그네는 김선달의 어깨를 부둥껴 안고

여보시오! 보아하니 아직도 앞 길이 청청하신 분인데 왜 죽을려고 하시오 ? ”

하고 사정하듯 말했다.

어유 내 팔자야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봉이 김선달은 한 숨을 길게 내 쉬고는 청승맞은 넋두리까지 시작했다.

글세. 이 놈의 말 좀 들어 보시오. 난 여기서 칠 백리나 떨어져 있는 황주에 사는 사람인데 며칠 전 평양으로 황소를 팔러 가지 않았겠소. 집안에 재산이라고는 그 황소 한 마리뿐인데 아들 놈의 혼수 준비를 하느라고 어쩔 수 없이 팔고 말았소..... ”

황소가 워낙 크고 좋아서 칠십 냥을 받았지요. 그래서 삼십 냥은 아들의 혼수감을 사고 남은 사십 냥은 꼭꼭 보따리 속에 넣어두지 않았겠소. 아니구 이놈의 팔자야. 그런데 어느 주막 집에서 술을 한잔 하는 틈에 그 혼수 보따리를 몽땅 도둑 맞았지 뭡니까.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사십 냥만 가지고 터덜터덜 걸어 오는데 이 고개 마루턱에 이르러 하도 기가 막히고 앞 길이 캄캄해서 그만 죽으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젠 그 사십 냥마져 잃어버렸으니 정말 죽어야겠습니다

봉이 김선달의 한탄 섞인 말을 들으니 나그네의 마음에는 일말一抹의 동정심이 솟아 났다.

듣고 보니 과연 딱한 시정이구려. 그렇다 해도 사람이 살고 봐야지 죽어서야 되겠소. 내가 길을 가다 당신을 만난 것도 전생의 인연인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구려. 자 내게 마흔 냥이 있으니 아쉬운 대로 가지고 가서 쓰구려. 그리고 이제 죽는다는 생각일랑 하지 마시오

나그네는 자기의 옷을 뒤적거리더니 엽전 마흔 냥을 봉이 김선달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이구 이거 어디에 사시는 선비인 줄은 모르나 제 목숨까지 구해 주시고 이처럼 돈까지 주시니 그 은혜는 백골난망白骨難忘이로소이다! ”

봉이 김선달은 말을 마치기가 바쁘게 옷을 주워 입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저는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람이 올시다

옷을 다 입고 난 봉이 김선달이라는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자기의 이름을 말했다.

? 당신이 봉이 김선달? ”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에 나그네는 갑자기 안색이 싹 변했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왜 그리 놀라시오? 오늘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으리다! ”

봉이 김선달은 이 말을 남겨 놓고 의젓하게 고갯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개 아래 주막 집의 막걸리 생각을 하니 입안에서 군침이 돌았다.

속았구나! 봉이 김선달한테 내가 속았어....”

고개 위에서 멍하니 봉이 김선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그네는 뒤 늦게 속았음을 알고 후회했지만 이미 돈까지 주고 떠난터이라 별 수 없는 일이었다. 봉이 김선달의 모습이 고개 아래로 사라지자 나그네는 힘 없이 김선달金先達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넘어갔다. 잠시 후에 고갯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흰구름만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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