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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2부 열 다섯 번째회 <15>

 

 

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2부 열 다섯 번째회 <15>

 

 

     나를 살려준 남자

 

 

 

그럼 너처럼 남편 두고 세컨드라도 얻어라는 말이니?”

글쎄다. 그건 니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남편이 있어도 제대로 책임감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세컨드인들 어떠니... 뭐 꼭 남자에게만 세컨드가 있는 건 아니자나....고독하게 혼자 사는 네가 안타가워서 하는 소리야.”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가자!“

 

 

어느새 차는 ‘황선엽 헤어숖앞에 와 닿았다. 남선용과 황선엽은 차에서 내려 ‘황선엽 헤어숖’으로 들어가고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나는 엘리베이트를 타고 우리 집까지 올라왔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아직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안방에서 홈드레스로 갈아 입고 침대에 덜렁 누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술기운 탓인지 조금전에 차안에서 하던 황선엽의 말이 귓가에서 뱅글뱅글 맴돌았다.

 

 

니가 언제부터 집에서 뱀처럼 토아리만 틀고 앉아 살림만 하는 주부가 됐니? 나한테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이니?..그래 방안에만 틀어 박혀 있으면 가수가 되니? 니가 그런 살림만 하는 착실한 주부하면 더 이상 할말은 없지. 하지만 말이다. 사람이 밥만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면...아니 그것이 행복이라면 개나 돼지와 같은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니? 솔직히 말해서 너처럼 남편은 멀리 떠나고 혼자 사는 여자에게 인생의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게 궁금해. 문제는 니 남편은 너 없어도 다른 여자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데 너는 남편이 없어도 다른 남자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혼자 참고 살겠다는 거야... 여자의 정조는 바다와 같아. 바다는 배가 지나간 후에는 언제 무슨 배가 지나갔는지 모르는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거야.’

 

 

나는 황선엽의 말처럼 남편은 외국의 어느 항구에 배가 닿으면 닻을 내리고 유흥업소에 들어가 여자와 섹스를 즐길 것이라고 짐작했다. 지금까지 집에 온 남편이 부부의 잠자리를 소극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분명히 남편은 다른 여자를 통해 성욕을 해결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지레 짐작을 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남편이 전처와 낳은 두 아이 양육을 나에게 맡길려는 그런 의도로 나와 결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자 나는 이용당한 기분이었다. 진실로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진정한 아내라고 생각한다면 남의 여자를 통해 성욕을 해결하는 일 만은 자제해 줘야 옳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남편은 불륜의 짓을 하고 있는데 나만 정절을 지키고 있다니 바보처럼...정조가 얼마나 대단하다고......바보....내가 바보였구나 바보였어.....바보였다구.....“

사실 나로서는 남편이 있어도 남편이 늘 배를 타고 외국에 나가 있다보니 혼자 사는 독신녀나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여자보다 성욕이 강한 나로서는 성욕을 참는다는 것이 여간 고통이 아니었다. 생각 같아서는 어디가서 바람이라고 피우고 싶지만 남편이 있는 몸이라 막상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남의 눈도 있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황선엽의 말처럼 사람이 밥만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개나 돼지와 같은 짐승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허리를 휘감고 목줄기를 조여 오면서 황선엽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여자의 정조는 바다와 같아. 바다는 배가 지나간 후에는 언제 무슨 배가 지나갔는지 모르는 거야.’

 

 

 

이때 현관에서 띵똥땡하는 초인종 소리가 나자 나는 오른쪽 눈을 감식구멍에 대고 확인 후 현관문을 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재민이와 영진이었다. 두 아이는 남편의 전처 자식이었다.

어머니 학교 갔다 왔습니다.”

 

 

하는 재민이와 영진이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하고 나서 현관문을 닫았다. 딸인 재민이는 열 살이고, 아들인 영진이는 여덟 살이다. 둘 다 초등학생이다. 재민이와 영진이는 가방을 제 방에 갔다 놓고는 놀러 간다면서 다시 밖으로 휑하니 나갔다. 이제 나는 술이 거의 다 깨는 듯했다. 술이 깨고 나니 오늘 따라 혼자 있는 아파트의 공간이 한결 을씨년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베란다의 창문으로 다가서 밖을 내려다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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