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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연재소설 - 모란꽃은 겨울에도 핀다 제3부 31회분

 

 

권우상 연재소설 - 모란꽃은 겨울에도 핀다 제331회분

 

 

 

  

    모란꽃은 겨울에도 핀다

 

 

 

선원들은 고무옷으로 갈아 입고 멸치털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선원들은 그물을 좌로 우로 가운데로 삼박자에 맞추어 멸치를 털었습니다. 멸치 비늘이 튀어서 팔뚝과 얼굴에 붙었습니다. 그물털기가 다 되어 갈 때쯤 선원들의 얼굴에 붉은 반점으로 얼룩졌고 너무 고되어 코에서는 단내가 났습니다. 큰 멸치가 그물 코마다 걸린 탓에 그물이 무거워 다 터는 데에 두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터는 작업이 끝나자 다음은 족대로 멸치를 떠 상자에 담았습니다. 한 족대는 20kg 정도로 한 상자분입니다.

 

 

첫 조업에 모두 380 상자를 올렸습니다. 고된 작업을 하면서도 뜻밖의 어획량에 선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선원 김창국 씨는 잠시 기분이 좋지 않는 표정을 하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매우 고통스러운 얼굴로 신음을 하였습니다. 창백한 얼굴에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며 춥다고 소리쳤습니다. 갑자기 놀란 선원들은 휴대폰으로 선장을 불렀습니다. 배에서 내렸던 선장이 달려왔습니다.

무슨 일이야?”

김창국 씨가 갑자기 쓰러졌심니더. 어디가 아픈가 봅니더.”

 

 

한 선원의 말에 선장은 김창국 씨를 부축해 일으켰으나 김창국 씨는 매우 고통스러운 듯 쓰러져 계속 신음을 하였습니다.빨리 병원으로 옮겨야겠다!”

하면서 선장은 급히 119로 전화를 하였습니다. 구급차가 달려 와서 김창국 씨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때 선장과 박종수 씨가 구급차에 함께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선장은 입원수속을 밟기 위해 응급실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박종수 씨는 김창국 씨를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김창국 씨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박종수 씨에게 말했습니다.

 

 

 

난 지금 죽어도 한이 없지만 우리 인숙일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었으면 좋겠소.”

죽다니 그런 소리 마십시오. 사람 목숨은 하나뿐인데 죽다니 무슨 그런 말을 합니까?”

 

 

 

아니오. 나는 우리 마누라에게도 내 자식에게도 너무 많은 죄를 지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싶습니다. 마누라야 헤어지만 남남이지만 자식이야 헤어져도 내 혈육이 아니겠어요. 더구나 우리 인숙인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라 그후 소문에 들으니 서울에 가서 어느 집에 양녀로 들어갔다고 하던데. 나에게 버림받은 우리 인숙이 같은 장애인을 양녀로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누구인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내가 이렇게 되었으니...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배가 아파.. 아이구 배야...”

김창국 씨는 계속 신음을 하면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선장이 와서 입원 수속을 마쳤다고 하였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김창국 씨의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가지 검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장은 김창국 씨가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연락을 할 가족이나 친척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겠습니까?”

 

 

하는 박종수 씨의 말에 선장은 사람이 죽을려고 하면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고 하면서 죽음에 대비하여 김창국 씨가 자식이 지금 어디에 사는지 만일 자식이 없으면 친척이 어디 있는지 알아 봐야겠다고 하였습니다. 박종수 씨는 조금 전에 김창국 씨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시 자신이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박모란이 김창국 씨의 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한 말도 그렇고 이름이 김인숙이라고 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김창국 씨는 내 친아버지가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창국 씨의 병은 급성맹장염이었습니다. 조금만 늦게 병원에 도착했어도 맹장이 터져 사망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김창국 씨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박종수 씨는 김창국 씨가 내 친아버지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박종수 씨는 내 친어머니가 재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마당에 내가 친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친아버지를 만나 이 사실을 친어머니에게 알리게 되면 친어머니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박종수 씨는 친아버지인 김창국씨에게 말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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