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5 (수)

  • 맑음동두천 19.9℃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21.2℃
  • 구름조금대전 21.9℃
  • 흐림대구 19.0℃
  • 구름많음울산 21.0℃
  • 구름많음광주 22.5℃
  • 구름많음부산 23.1℃
  • 구름많음고창 22.6℃
  • 구름조금제주 25.8℃
  • 맑음강화 19.7℃
  • 구름조금보은 19.7℃
  • 구름많음금산 20.0℃
  • 구름조금강진군 23.7℃
  • 구름많음경주시 ℃
  • 구름많음거제 21.5℃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권우상 연재소설 - 모란꽃은 겨울에도 핀다 제1부 6회분

 

권우상 연재소설 제16회분

 

 

 

모란꽃은

     

         겨울에도 핀다

 

 

 

나는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나와 모훈이는 다시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를 부르자 나와 모훈이는 더욱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묻어 났습니다. 한강에서 놀다가 모훈이와 헤어져 집에 오니 어머니가 부산으로 가신 아버지는 멸치잡이 배를 타시는데 오빠가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고 하였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놀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었다는 것입니다.

 

부산에 사는 이모가 오빠의 죽음을 알고 어머니에게 전화로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에 나와 어머니는 슬픔에 잠겨 한참동안 울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 의붓아버지가 나와 어머니에게 어떤 행패를 부릴지 몰라 의붓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에 울음을 멈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했지만 오빠의 죽음은 마음 속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나는 죽음이란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나 토끼와 같은 동물이 죽는 것과 사람이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일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과 소나 돼지와 같은 동물이 죽는 것과 같다면 사람이 사는 것이 구름처럼 허망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모훈이 생일에 초대를 받고 모훈이 집에 갔습니다. 그 전날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리자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마련해서 나에게 주면서 가져가라고 하였습니다. 선물이 무엇이냐고 묻자 손수건과 도수가 없는 하얀 안경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왜 모훈이에게 이런 선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으니 이 세상을 살다보면 슬픈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는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슬픈 일에는 눈물이 나고 기쁜 일에도 눈물이 나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손수건은 슬픈 일에도 눈물을 닦아 슬프하지 말고 기쁜 일에도 기쁨에만 몰입하지 말고 눈물을 닦고 다음에 무엇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살아가란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안경은 이 세상을 검은 안경으로 보면 세상이 온통 검게 보이고 하얀 안경으로 보면 세상이 온통 하얗게 밝아 보이는 것처럼 세상을 어둡게만 보지말고 밝은 눈으로 보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정하지 못하고 한 쪽으로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였습니다. 나는 문득 모훈이가 한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우리 아빠처럼 나도 사람을 차별하는 건 싫어. 우리 아빠는 이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을 가장 싫어 하셨어. 잘 산다고 못사는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인숙이 너처럼 청각장애인을 나쁘게 보는 눈도 그렇고... 어른들은 이렇게 보는 것을 편견이라고 해....’

 

나는 모훈이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파트 13층이었는데 거실은 넓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내가 거실에 들어서자 모훈이 어머니는 나를 반갑게 맞이 해 주었습니다. 나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너라. 우리 모훈이한테 잘 들었다. 공부를 잘 한다면서... 엄마가 이혼해서 의붓아버지와 산다는 것도 모훈이한테 들어서 알고 있다. 의붓아버지가 얼마나 잘 해 주는지는 모르지만 친아버지만큼이야 하겠니. 자 어서 이리 와 앉아라.”

 

나는 쇼파에 앉았습니다. 거실 옆에는 큰 주방이었는데 넓고 깨끗한 식탁이 놓여 있었고 그 주방의 거실 쪽 벽에는 활짝 핀 모란꽃 두 송이가 그려진 그림이 예쁜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고, 모란꽃 속에는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예쁜 여자아이 사진이었습니다. 빨간 모란꽃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모란꽃은 내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모란꽃은 많은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래선지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내가 잠시 거실 쪽으로 눈을 돌리자 모훈이 아버지로 보이는 큰 남자 사진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모훈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야!”

 

그제야 나는 저 사진 속에 담긴 분이 모훈이 아버지란 걸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사진속의 모훈이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나는 모훈이 아버지가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습니다. 모훈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모훈이 어머니는 분주하게 식탁위에 음식을 차려 놓더니 말했습니다.

 

 

 

오늘 모훈이 생일이라 모훈이가 친하다는 인숙이 너만 초대했다고

하더구나. 앞으로 우리 모훈이와 다정하게 지내거라. 그리고 인숙이 너 말이야. 청각장애인이라고 기가 죽어선 안돼. 요즘엔 기가 죽으면 왕따를 당해.. 네가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 어디 네 잘못이니. 그러니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음을 굳게 먹고 열심히 공부를 해라. 알았지? 그리고 목표를 정해 놓고 열심히 거기를 향해 달려 가거가.”

. 그리 할게요.”

 

나는 귀밑으로 흘러내린 보청기를 바로 끼우면서 말했습니다.

저를 초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고맙긴...친한 친구가 있으면 초대하라고 했더니 인숙이 너밖에 없다고 하더구나."

영철이도 친하게 지냈는데요.”

나는 문득 한 때 모훈이가 친하게 지내던 영철이 생각이 나자 그런 말을 했습니다. 모훈이 어머니가 모훈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영철이도 초대하지 그랬구나.”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