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획/특집/연재

본지 동행 취재기-구미, 서해 눈물을 닦다

자연사랑연합 중앙회/ 구미자연사랑연합회원원 43명 현지봉사 ‘동참’

 
인간의 물질 이기주의에 끝내 등 돌린 ‘태안’의 맑던 눈동자
‘제 맘 속죄하듯’ 기름 닦는 손끝마다 희망의 꽃이 ‘몽실몽실’

사상 유례없는 기름유출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서해의 자연보고. 태안반도는 이미 예전의 그 맑고 청명한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의 이기가 빚어낸 죽음의 기름띠는 뻘밭 곳곳에 뿌리 깊게 스며 들어 거뭏한 악취를 풀어놓고 있었다.

맑고 투명했던 서해의 코발트빛 눈망울을 잊지 못해서일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서해의 눈물을 닦아 주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발걸음들이 몰려들고 있으나, 인간의 이기에 굳어질대로 굳어버린 저, 황량한 서해바다의 얼굴은 언제 다시 우리에게 예전의 맑고 환하던 웃음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런지.

본지가 지역 최초로 죽음의 바다 서해를 다녀 온 자연사랑연합중앙회(회장 김영일)와 구미자연사랑연합회원(회장 김경모)들의 태안군 신두리 봉사현장에 함께 동행했다.

 
먼동이 채 밝기도 전인 17일 오전 7시. 두툼한 옷가지로 무장한 43명의 회원들이 경상북도환경연수원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연수원측에서 준비해 둔 버스에 오른 이들 희망의 전사들은 미리 준비해둔 장화, 천, 우비 등을 차량에 옮겨 실은 채 태안반도를 향해 차에 올랐다.

 
차안. 왁자지껄 떠들던 회원들의 웃음소리도 잠시. 이내 몇은 졸음에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며, 저마다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처참한 서해바다의 상처난 얼굴을 가늠해보는 시간. 멀리 산 그림자를 지우듯 서서히 동이 터오른다. 지금 시각 08시10분.

 
서둘러 달려온 4시간여의 길. 오전 11시 10분경. 태안반도 신두리 바닷가에 차가 멎는다. 낮게 엎드린 서해바다.

그 맑고 청명하던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고 매케한 기름내만이 쓸쓸히 나뒹군다. 준비해간 옷가지와 우비 등을 서둘러 입는 43명의 노란 천사들.

 
그리곤 기름과의 사투. 하나같이 열심이다. 가끔 추위와 피곤에 지쳐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눈에 띄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간.

바위를 들추고, 연신 걸레, 걸레질. 멀리 바라보이는 신두리 해안은 차라리 전체가 희고도 노란 꽃 천지다.

 
오후 1시경. 배고픔을 참지못한 회원들이 빵조각과 우유로 허겁지겁 허기를 채운다.

썰물이 밀려오기 전 한방울의 기름이라도 더 닦겠다는 고집 아닌 고집. 집념이란 어쩜 고집이 엮어 내는 눈물의 결정체. 피곤한 등 뒤로 또 한차례 해풍이 매섭다.

 
귀가길. 못다한 손길을 뒤로 일손을 거두는 이들의 뒷 모습은 차라리 아름답다. 미처 다 닦아두지 못한 아쉬운 조약돌.

그 미완의 숙제는 뒷날 또 다른 누군가의 몫으로 남아 새 희망을 잉태한다.

 
사랑이여! 오늘 우리가 채 다 닦아주지 못한 서해의 눈물이여! 그대! 그 설운 눈빛이 바로 오늘 우리의 얼굴이니, 이기에 지친 인간이여! 멈추지 말지어다.

우리네 얍삽한 속내를 참회하듯, 가라! 가서, 신음하는 저, 순박한 짐승의 가슴팍을 단 한번만이라도 문질러 보자. 문질러 가슴시리도록 껴안아 보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