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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정재진 나고 메구 나고, 아∼하 지신아”

구미는 영남 풍물의 모태인 무을풍물의 고장 오는 11월 3일과 4일 수다사와 금오산에서 무을풍물축제 개최

 
공단도시로만 여겨졌던 구미가 영남풍물의 발원지라고 하면 사람들은 ‘정말?’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인 조선 영조시대 구미시 무을면 상송리 수다사에서 무을풍물은 탄생했고 시대를 거치는 동안 영남 뿐 아니라 전국 풍물의 중요한 씨앗 중 하나가 됐다.

태백산맥 줄기인 연악산 아흔아홉곡의 지맥이 합쳐진 명당에 자리 잡은 수다사는 신라의 고찰로 신라 진감국사가 연악산 꼭대기에 백련 한 송이가 피어있는 곳을 보고 절을 지어 연화사(蓮花寺)라고 했으며 사명대사에 의해 중수돼 수다사라 개칭됐다고 한다.

무을풍물은 그 발원지가 절이었던 ‘수다사’라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 법명은 전해지지 않는 정재진이라는 스님이 꿈속에서 도깨비들과 놀고 장난쳤던 일들과 구전되어 내려오던 내용을 소재로 풍물가락을 만들어 마을로 전파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근대에 회자되던 이야기 속에는 “정재진 나고 메구 나고 엄복동 나고 자동차 나고 안창남을 위해 비행기가 나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 무을풍물이 영남 풍물의 발원지인 것이 확실하다.

무을풍물은 웅장하고 장쾌한 가락으로 전투농악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소고놀음이 발달돼 있고 다섯째 마당인 ‘품앗이’ 등으로 볼 때 농사굿 형식도 지니고 있다. 또한 스님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만큼 열두 번째 마당인 ‘영산다드래기’와 석탑을 의미하는 삼단 고깔을 쓰기도 해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풍물이다.

풍물 인원은 쇠 4명, 징 4명, 북 8명, 장구 8명, 소고 12∼16명, 잡색 3명(포수, 각시, 양반), 기수 4명(농기1, 단기1, 영기2) 등 총 45명 내외이며 인사굿인 ‘질굿’을 시작으로 ‘마당닦기(반죽궁), ’정적궁‘, 엎어빼기(도르래기), ’품앗이‘, ’수박치기(영풍굿), ‘허허꺽꺽‘, ’너도나도 둘이 돌기(기러기굿)‘, 이돌기(돌다가 되돌려빼기)’, ‘진풀이(멍석말이)’, ‘판굿’, ‘영산다드래기’ 등 총 12마당의 연행으로 펼쳐진다.

우수한 예술성과 힘차고 박진감 넘칠 뿐 아니라 행위가 다양한 영남 풍물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무을풍물은 그 전승 계보가 뚜렷하다. 정재진스님이 처음 만들고 이군선이라는 상쇠가 12마당으로 집대성해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경지에 올려놨다.
 
이후 박희순, 최일영, 윤필선 등의 제자가 있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쇠군들이 쇠를 배우기 위해 무을을 찾았고 이때부터 무을풍물이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최일영 상쇠는 김신배, 김팔금 등 당대의 훌륭한 상쇠를 키웠고 이남문 상쇠는 6.25전쟁 이후 김천시 개령면 광천리로 이사해 빗내농악을 남겼으며 최상택 단원은 부산으로 이주해 ‘아미농악단’ 창단에 기여했다.

또 60년대 무을에는 상면농악단과 하면농악단이 경쟁하며 농악을 발전시켰는데 하면농악단의 김칠봉 상쇠는 전국의 각종 농악경연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했으며 상주농잠고와 김천농림고에서 초대 농악교사로도 활동했다.

김신배 상쇠가 이끄는 상면농악단은 구미지역은 물론 인근에서까지 초청돼 시연과 전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 이때가 무을풍물의 전성기였다고 한다.

이후 중심 상쇠들의 세상을 뜨고 명맥만 유지되던 무을풍물은 90년대 지역에 있는 최무웅 상쇠가 인천으로 이주했던 지창석 상쇠를 모셔와 무을풍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며 1996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농악부문 우수상 수상과 2004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박원용 상쇠로 그 가락이 이어지고 있는 무을풍물은 2002년 수다사에 그 유래비가 세워지고 2003년 12월 무을풍물보존회(회장 황진일)가 결성되면서 영남풍물의 모태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보존회는 매년 가을이면 ‘무을풍물축제’를 열고 있는데 오는 11월 3일과 4일 양일간 수다사와 금오산에서 ‘2007 무을풍물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첫 날인 11월 3일에는 무을면 수다사에서 풍물 고유제와 지역풍물팀을 초청한 가운데 풍물한마당이 펼쳐진다.

둘째 날에는 금오산 잔디광장에서 김제농악과 창원퇴촌농악보존회, 최병삼과 사물놀이연구회 울림터 등 초청단체들의 공연이 무을풍물과 함께 펼쳐지는데 일반인들을 위해 제기차기, 투호놀이, 풍물복입어보기와 풍물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김제농악보존회와 창원퇴촌농악보존회, 사물놀이연구회 울림터, 차오름예술단, 한두레예술단, 구미문화원 선주풍물단, 가락젓대, 선산주부풍물단, 양포한대풍물단, 구미시공단풍물단, 선산풍물보존회, 구미놀이패 말뚝이, 도량동풍물단 등이 참여해 다양한 풍물가락을 한 자리에서 맛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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