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시 = 사랑하는 여인
사랑하는 여인
그이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몸보다 마음으로 와 닿는 여인이었다
몸은 야위어 볼품 없지만
마음은 살이 올라 후덕스러웠다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아름다운 눈이었다
그 여자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었다
나도 그런 눈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의 슬픔은 이때부터였다
그 여자에게는 남편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더욱 그 여자에 대해 슬프하는 건
그 여자는 그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는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남편과 맺어진 인연처럼
나는 남편 있는 그이와 사랑의 인연으로 맺어졌다
사랑이란 머물러 있는 곳과는 다른 것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라면
어느 것에 있던지 사랑할 수 있다
누가 날 바보같은 사랑이라고 해도
그이가 날 아프게 해도
그이가 날 슬프게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이를 사랑했다
사랑이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사랑보다 영혼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육신은 유한(有限)하지만 영혼은 무한(無限)하기 때문이다
그이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영혼으로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바닷가에 아무리 배가 많아도
내가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필요한 배는 하나 뿐인 것처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는 그이 하나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