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동화 = 어린 솔거 (제1회)
어린 솔거
신라 제30대 문무 임금님 때였습니다.
솔거의 아버지는 그림을 그리며 좁은 땅을 일구어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가난한 화가였습니다. 솔거 엄마는 나이 열 아홉이 될 때 솔거 아버지와 결혼해서 첫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름은 흠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에는 둘째 아들 솔거를 출산했습니다. 첫 아들을 낳고 오랫동안 아이가 없자 솔거 부모님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솔거가 태어난 것입니다. 솔거의 형 흠거는 20살이 되자 무예가 출중하여 임금님을 호위하는 장수가 되었습니다. 솔거는 태종무열 임금님이 죽기전에 양주(지금의 양산)에서 태어났는데 솔거가 세 살이든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는 어린 솔거가 깊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잠을 깨울려고 솔거의 볼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솔거의 얼굴은 이미 변해 있었고, 온 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엄마는 깜작 놀라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자식을 이렇게 허망하게 하루 아침에 잃어 버렸다고 생각하자 눈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간밤에 별다른 아픈 모습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기가 막혔습니다. 엄마는 당장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잠시 마음을 지그시 누르고 편안한 마음을 되찾았습니다.
솔거 할머니가 아직 잠에서 일어나지 않아 엄마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심정으로 이미 죽은 솔거를 등에 업고 발소리를 낮춰 부엌으로 나갔습니다. 부엌 솥에서 할머니의 밥을 퍼 따뜻한 방 아랫목에 묻은 다음 솔거 아버지의 반찬 몇 가지를 곁들여 함지박 속에 담았습니다. 눈물은 쉴새없이 볼을 타고 흘러 혹시 솔거 할머니와 아버지의 밥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릴까봐 솔거 엄마는 몇 번이고 얼굴을 돌려 혼자 고스란히 눈물을 받아냈습니다. 엄마는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솔거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솔거 아버지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밭둑에 앉아 솔거 엄마가 차려 온 아침밥을 맛 있게 먹었습니다. 다른 날과는 달리 아버지는 엄마의 얼굴이 어두워 보이기는 했지만 등에 업은 솔거를 더욱 정성스럽게 안고 있는 것으로 봐서 어린 솔거가 칭얼거림이 어느 때보다 좀 더해서 그렇거니 하고 어림짐작만 할 뿐이었습니다.
솔거 아버지가 밥 한 그릇을 비우자 솔거 엄마는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던 솔거를 바닥에 내려놓자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솔거 아버지는 갑작스런 엄마의 울음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리 솔거가... 우리 솔거가... 흐흐흑..”
엄마의 흐느낌에 놀라 솔거 아버지는 땅에 눕힌 솔거를 품에 안자 얼굴은 순식간에 검은빛으로 변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오? 어찌된 일이오!”
“흐흐흑...아침밥을 짓고 젖을 물리려고 방에 갔더니...흐흐흑.”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