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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6회)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6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어느날 어떤 농부 하나가 포도대장 앞으로 소지(訴紙)를 올렸다. 그 소지 내용을 읽어본 포도대장 장지항(張志恒)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소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소인이 여러 해 동안 먹이는 큰 황소가 있사온데 어느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르나 황소의 혀를 베어가서 꼴을 먹지 못해 죽게 되었사오니 밝으신 장군께서 그 범인을 잡으시어 죄를 다스려 주시고 소 값을 받게 하여 주시기 바람니다 -

장지항은 무척 해괴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면서 범인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어떻게 하나 궁리를 하고 있다가 지난 날 애첩인 향이(香伊)의 일로 대면한 장돌복이라는 인물이 문득 머리에 떠올라 포교(捕校)를 시켜 장돌복을 불렀다. 장돌복이라면 묘안이 있을 듯 해서였다.

“ 소인을 불렀습니까 ? ”

“ 의논할 일이 있어서 불렀다. 이 소지를 한번 보아라 ”

장지항은 장돌복에게 농부가 올린 소지(訴紙)를 보여 주었다. 소지를 읽고 난 장돌복에게 장지항은

“ 사건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불렀으니 좋은 방도가 없는가 ? ”

하고 묻자 장돌복은

“ 생각해 보면 묘안이야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적중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 그래 어떤 묘안인가 ? 말해 보아라 ”

장돌복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머리에 떠오른 묘안을 장지항에 말해 주자 장지항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장지항은 소지를 올린 농부에게

“ 허허.. 벌판에 매 놓은 황소의 혓바닥을 누가 베었는지 어찌 알 길이 있으랴.. 그러나 시험해 볼 일이 있으니 먼저 그 황소를 끌고 나에게 오시오 ”

하자 그 농부는 곧 황소를 끌고 장지항에게 왔다. 끌려 온 황소를 보니 침과 피를 흘리며 몹시 괴로워 하는 모습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애처로웠다. 장지항과 장돌복은 황소의 입을 벌리고 세밀하게 본 뒤에 장지항은

“ 천하에 못된 놈도 다 많다 ! ”

하는 한탄을 하고는 형리(刑吏)들을 급히 불러 들여

“ 동네 가까이 사는 농부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두 빨리 대령시켜라 ! ”

하고는 형리(刑吏)들을 풀어서 노소(老少)를 막론하고 농부라는 농부는 모조리 잡아 들였다.

“ 이게 대체 웬 변고냐 ? 그래 황소 혓바닥은 어느 놈이 벴기에 이 난리 법석을 피운단 말이냐 ? 원 쯧쯧쯧.. 그 허다한 사람 중에 어느 놈이 그 못된 짓을 했는지 알 수도 없는 것을 하필 땅이나 파먹는 농부만 잡아가니 이게 무슨 꼴이며 포도대장 처신도 올바르지 못한 일이야 ! ”

하면서 농부들은 포도대장을 원망하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형리(刑吏)들은 농부들의 원성은 아랑곳 없이 모조리 잡아가 포도청 마당에 세워 놓고 포도대장 장지항에게 대령시킨 것을 보고 했다. 장지항은 형리에게 명령해 형구(形具)를 준비시키고 농부들을 일열(一列)로 길게 쭉 세웠다.

그리고 큰 항아리 두 개에 물을 가득 담고 큰 바가지 한 개를 가져 오라고 했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장지항은 비로소 형리(刑吏)에게 명령을 내렸다. 포도대장 장지항(張志恒)이 이렇게 하는 것은 장돌복의 묘안을 받아 들여 그대로 하기 위해서였다. 장지항은 즉시 형리(刑吏)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 맨 끝에 서 있는 농부부터 저 바가지로 황소에게 물을 주되 만일에 황소가 받아 먹지 않거든 곧 물러서서 한 쪽에 서게 하여라 ! ”

형리(刑吏)는 그것이 어떻게 되는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명령이니 오르지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맨 끝에 서 있는 농부부터 차례로 바가지에 물을 떠서 황소 앞에 디밀었으나 황소는 고개를 숙이고 두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입에서 여전히 피를 흘릴 뿐 물을 먹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다. 차례 차례로 그렇게 해 봤으나 모두가 헛수고일 뿐 황소는 여전히 물을 받아 먹지 않고 괴롭다는 듯이 피만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맨 마지막 농부가 물을 먹이려고 황소에게 바가지를 들이대자 아무런 반응이 없던 황소가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 으응. 응 으응 응 ! ”

하는 비명을 지르더니 몸을 피하려고 이러 피하고 저리 피하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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